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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하 시사에도 한은은 신중…대출금리는 하락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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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종료를 시사하자 한국은행도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한은은 14일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거란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한다는 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쉽게 잡히지 않는 물가와 불어나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몇 달간 뚜렷한 물가상승 둔화세가 이어졌다. 반면 한국은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확실히 잡히지 않았다. 8월 이후 3% 후반까지 높아졌다가, 지난달은 3.3%를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 둔화가 지연되는 현상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소멸한 데다 높은 원자재 대외의존도로 2차 파급효과(second-round effect)가 장기간 지속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여기에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 공공요금 인상 등도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Fed 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우리 통화정책과 기계적으로 연결짓는 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걸림돌이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가계ㆍ기업 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계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기가 지나치게 악화해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지 않는 이상 미국보다 늦게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Fed의 피벗을 지켜본 뒤 내년 하반기쯤 한은도 인하를 검토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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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별개로, Fed의 ‘비둘기파적(통화완화적)’ 기조는 한국의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소다. 전 세계 채권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주요국의 국고채와 은행채, 대출금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부터는 ‘피벗’ 기대감에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13일(현지시간) 파월 의장 발언 이후엔 4.02%로 전일 대비 0.18%포인트 급락해 약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영향을 받아 한국도 14일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전날 대비 0.212%포인트, 10년물은 0.193%포인트 내렸다. 한은에 따르면 9~11월 미 10년물이 한국 국채금리에 미친 영향은 56%로 추정되는데, 특히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이 같은 해외 요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66~5.997%로 집계돼 3%대를 보이며 꾸준히 내림세다. 향후 금리인하 기대감을 먼저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은행들이 10월 들어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산금리를 올린 영향이 지속하면 대출금리 하락을 제약할 수 있다”면서도 “향후 장기 지표금리 급락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돼 고정금리형 주담대를 중심으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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