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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비판에 네타냐후는 우익 결집…전시내각 인질협상단 파견도 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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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가 13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어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섬멸을 위해 계속 전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인질 협상단 파견을 부결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지만, 이스라엘은 한층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0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열리는 주간 각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0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열리는 주간 각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하마스 대원들이 심문을 받는 이스라엘방위군(IDF) 수용시설을 방문해 "우리는 끝까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아무것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도 이날 자국을 방문한 팀 왓츠 호주 외교부 부장관에게 "국제사회가 우리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헨 장관은 "현시점에서 휴전은 하마스 테러 조직이 부활해 또 이스라엘 주민을 위협하도록 선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 캠페인을 위한 민주당의 모금 행사에서 "이스라엘이 무차별 폭격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입장을 비판했다. 그동안 하마스 섬멸에 힘을 실어줬던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건 사실상 처음이었다. 

하마스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가족들이 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가족들이 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 양측 간 불협화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구출을 놓고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인 인질 가족 8명과 만나 인질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거국 내각은 인질 석방 협상 재개를 위해 중재국인 카타르에 협상단을 보내는 방안을 기각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3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당초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을 카타르에 파견하려고 했으나, 카타르에 머물고 있는 하마스 고위급들과 가자지구 지도자 간에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라 바르니아 국장을 카타르에 보내는 게 무의미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진지하게 인질 협상을 타결할 의사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는 먼저 관련 제안을 내놓거나 대화에 착수하지 않는다는 결정도 내렸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13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경계선 근처에 집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인들이 13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경계선 근처에 집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의 중요한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를 긴장시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기반을 강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하마스의 새벽 기습 이후 이스라엘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을 지고 전쟁이 끝나면 퇴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2014년 가자지구 무력 충돌 때보다 이스라엘군 사망(116명)이 두배로 늘어난 점과 지지부진한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자국내 반감 등을 활용해 우익을 결집시켜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고 WP는 전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IDI)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이 영토를 장악하면 이스라엘인들이 학살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이런 두려움을 이용한 네타냐후의 정치 전략이 수년 동안 효과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팔 모두 전쟁 지지 여론 급증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인들이 13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한 난민촌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인들이 13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한 난민촌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 AP=연합뉴스


실제로 이스라엘 국민들은 2개월 넘게 이어지는 이번 전쟁이 계속돼야 한다고 여겼다고 로이터가 이날 전했다. IDI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7일간의 일시 휴전 이후 이스라엘 국민 4분의 3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줄이거나 국제사회의 압박을 줄이는 조치 없이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텔아비브대학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조사 대상의 60%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이 이번 전쟁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응답했다. 인질을 구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답한 사람은 조사 대상의 3분의 1에 그쳤다.

팔레스타인에서도 이스라엘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물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투쟁을 지지하는 여론이 급등했다.  

팔레스타인 싱크탱크인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PSR)가 지난 달 22일부터 열흘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지율은 3개월 전의 12%에서 44%로 4배 가까이 치솟았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옳았다는 응답은 72%, 무장 투쟁이 이스라엘의 점령을 종식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라는 응답은 70%에 달했다. 응답자의 90%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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