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사퇴에…전여옥 "그만하면 마이 묵었다" 이언주 "토사구팽"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중앙포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당대표직 사퇴에 대해 여권 내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당을 위한 희생’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일각에선 “모양새가 빠진다” “토사구팽 당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김기현, 이준석은 왜 만났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사퇴는 멋지게 해야 하는데 참 유감스럽다”며 “김 대표의 사퇴는 그동안 김기현의 정치 스타일처럼 모양새가 빠진다. 억울하든 분하든 화나든 장제원처럼 깔끔하게 ‘나 홀로 결단’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도대체 왜 만났느냐”며 "어처구니없고 황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를 만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소심한 항명’”이라며 김 대표를 향해 “잘 그만뒀다. 내년 총선 나오지 마시라. ‘그만하면 마이 묵었다 아입니까’”라고 불출마를 요구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차피 부족함이 많아 내려오는 게 맞지만 너무나 개운치 않다”며 “이준석 대표에 이어 김기현 대표까지 심지어 3% 지지율을 대통령이 억지로 밀어서 만든 대표로 온갖 수모를 겪으며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다해왔는데 이젠 필요 없으니 토사구팽이라, 정치는 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비정함은 뭔가”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게다가 이건 일의 순서가 틀렸다”며 “지도부와 윤핵관 등이 물러나는 건 이 사태의 근원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다음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은 대통령의 주권자를 무시한 국정운영과 처가 일가의 부패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근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날 주변을 희생시킨다고 혁신이 되나”고 반문했다. 이어 “아무리 여당이지만 정당의 독립성은 다 어디로 가고 당 지도부를 매번 대통령이 갈아치우는 거냐”며 “그렇게 안 그만두던 대표가 그만둬야 할 만큼 대통령이 대단한 것인가? 아니, 무서운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전 의원은 "어차피 이런 상태면 이 꼬붕이 가고 저 꼬붕이 올 뿐”이라고 했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대표직 사퇴 선언문을 통해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라며 “제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많은 분들께서 만류하셨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