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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서예전 연 MB…“3만불 국민소득 걸맞는 정치 만들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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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지구상에 중동 사막, 시베리아 벌판 등 안 가본 곳이 없고, 험난한 과정을 다 봤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가 되면 노사 문화와 정치도 바뀌는 걸 확실히 봤다. 예외가 딱 하나, 대한민국이다. 국민 소득에 걸맞지 않은 노사 문제와 정치 문화가 잘 바뀔 수 있도록 우리 해나갔으면 좋겠다”

13일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생애 첫 서예전 ‘스며들다’ 개막식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정치인이 와 있으니 한마디 하겠다. 잘 해주세요”라며 한 얘기다. 그동안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잘 않던 그였지만 오랜만에 정치 문화와 노사 문제를 콕 집어 이렇게 조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초 터진 광우병 사태도 언급했다. “여러분도 기억하겠지만, 대통령 취임 한 달 후 주말이 되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위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며 “제가 서예 글을 (처음) 쓴 것은 재임 시 주말이었다”고 했다.

이어 “(시위자들은) 직업 정치인도 아닌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니깐 광화문에서 냅다 지르면 그 자리에서 내려올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며 “그리고 1년이 있으니깐 이번엔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사실 참 힘들더라”고 토로하며 “저는 그때부터 시간 나면 서예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서예전 '스며들다' 개막식에서 자신에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서예전 '스며들다' 개막식에서 자신에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 전 대통령은 “오지에서 서예를 하면서 마음을 달랬다. 미운 마음이 사랑으로 바뀌고 지금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가 말한 '오지'는 구속돼 있었던 기간을 뜻한다.

또 “서예를 할 때 먹 갈고 붓 들고 하면 꼭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며 “남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입장이 돼서 ‘아, 내가 이런 마음을 가졌으니 전시를 한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전시하게 됐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서예전 '스며들다'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서예전 '스며들다'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특히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선, 지난해 수감 중 광주의 고등학생으로부터 받은 편지도 소개했다. ‘초등학생 땐 이 전 대통령이 미국 소고기를 수입해 우리를 다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는데, (고3이 된) 이제는 모든 걸 깨달아서 사과의 편지를 쓴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이 전 대통령은 “편지를 받곤, ‘아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겠다’고 느꼈다”며 “학생에게 ‘꺾이지 않고 올바른 생각을 계속 가지면 언젠간 너는 큰 뜻을 이룰 것이다. 너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겠다’고 답장했다”고 덧붙였다.

서예전에는 2013년 2월 퇴임 후 10년간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서예 작품 97점이 전시됐다. 취임 첫해인 2008년 신년 화두였던 ‘時和年豊(시화연풍·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을 비롯해 재임 시절 연설문, 시문(詩文), 성경 말씀 등을 서예로 옮긴 작품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희생 장병을 추모하며 했던 말인 ‘천안함 46용사들이여!’와 같은 한글로 쓴 작품도 있었다.

행사명 ‘스며들다’는 종이에 먹이 스며들 듯 재임 중 정책 성과가 국민의 삶 속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희망과 퇴임 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웃과 함께하는 삶 속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전 대통령이 정한 이름이라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도록에 수록된 머리말을 통해 “예기치 못한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균형을 되찾고 여백을 채우기 위해 붓을 들었다”며 “영광과 아픔, 잘잘못을 넘어 같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서예전 '스며들다' 개막식에 참석해 있다. 뉴스1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서예전 '스며들다' 개막식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이날 행사엔 부인 김윤옥 여사와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맹형규 이명박재단 이사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MB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이 참석했고 국민의힘에선 권성동·김학용·조해진·류성걸·윤한홍·이달곤·김병욱·박정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언론계와 재계에선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전 SBS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몽규 HDC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자리했다. 이번 전시회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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