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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톱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아르헨 화폐 50% 평가절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르헨티나 정부가 12일(현지시간) 자국 화폐를 50% 평가 절하했다. 살인적인 물가와 경제난 극복을 위해 ‘극약 처방’도 서슴치 않겠다고 공언했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에 단행한 조치다. 선거 유세 기간 외쳤던 "중앙은행을 폭파하자"는 주장, 아르헨티나 화폐 페소를 폐기하고 달러를 공식 화폐로 바꾸자는 제안 등에선 한걸음 완화된 모습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유대교 전통 축제인 하누카를 방문한 모습. AFP=연합뉴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유대교 전통 축제인 하누카를 방문한 모습. AFP=연합뉴스

이날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평가 절하 등을 포함한 ‘경제 비상 조처 패키지’ 10가지를 발표했다.

그는 인위적 환율 방어를 위해 현재 달러당 400페소(중앙은행 홈페이지 기준)로 고정된 환율을 800페소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한 공식 환율과 이날 기준 1070페소에 달한 ‘블루 달러(암시장 등 비공식 환율)’와의 괴리도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이날 정부 발표로 블루 달러가 더 뛸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카푸토 장관은 에너지·교통 부문 보조금 삭감과 모든 새 공공사업 중단·일부 세금 인상 방안도 예고했다. 보조금 삭감의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보조금 삭감에 대한 서민층과 청년층의 반발을 의식한 듯 "정치는 사람들 주머니에 돈을 넣어준다는 식으로 속이고 있는데, 우리는 모두 보조금이 무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며 "마트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사람들의 교통비를 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정부를 포함해 페론주의 정권들이 남발해온 현금성 복지정책이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는 점을 부각해 정부 지출 삭감의 필요성을 설득하려 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급진적 재정 조정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2.9%에 해당하는 정부지출을 삭감하려 한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가운데)의 모습.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가운데)의 모습. A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앙은행 폐쇄·폐소의 달러화 등을 약속한 밀레이가 취임 직후 입장을 크게 완화한 것”이라며 “선거 기간 밀레이의 급진적인 입장에 놀랐던 이들이 서서히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취임식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연간 물가상승률 1만 5000%를 겪을 위기에 있으며, GDP의 5%에 대한 국가 부문의 재정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하면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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