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인가구 비중 34.5%로 역대 최대…‘화려한 싱글’과는 거리 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직장인 김모(40)씨의 삶은 TV에 비친 ‘화려한 싱글’과는 거리가 멀다. 김씨는 3년 전 이혼한 뒤 서울 종로구의 40㎡(약 12평) 규모 오피스텔에서 혼자 산다. 대출 2000만원을 낀 2억원짜리 오피스텔이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한 달에 200만원 벌어 150만원가량 쓴다. 20~30대 시절 만나던 친구들은 결혼한 뒤 연락이 뜸해졌다. 주말엔 집에서 홀로 TV를 보며 때우는 경우가 많다. 김씨는 “평소엔 괜찮지만, 아프거나 우울할 때 외롭다”고 털어놨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통계로 드러난 대한민국 1인 가구의 평균적인 삶은 김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총 750만2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했다. 1인 가구가 10가구 중 3가구꼴이란 얘기다. 1인 가구 비중은 1990년 9%→2000년 15.5%→2015년 27.2%로 꾸준히 오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봤을 때 1인 가구 분포는 ‘M자’형에 가까웠다. 29세 이하(19.2%), 70세 이상(18.6%) 비중이 높았다. 이어 30대(17.3%), 60대(16.7%) 순이었다. 결혼 적령기인 2030세대, 배우자와 이혼·별거 또는 사별 등 이유로 홀로 사는 6070세대의 1인 가구 비중이 높았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지난해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010만원이었다. 전체 가구 평균(6762만원)의 44.5% 수준이다. 1억원 이상 버는 1인 가구는 2%에 그쳤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55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평균(264만원)의 58.8% 수준이다.

자산은 2억949만원으로 전체 가구(5억2727만원)의 39.7% 수준이었다. 1인 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비율은 30.9%였다. 전체 가구의 주택 소유 비율(56.2%)보다 25.3%포인트 낮았다. 주거 면적은 평균 44.4㎡(13.4평)였다. 전체 가구 평균 주거 면적(68.3㎡)의 65% 수준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1인 가구의 삶이 비교적 고달팠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항목이 국민기초생활보장(생계·의료·주거·교육) 수급 여부다. 지난해 기초 수급을 받은 1인 가구는 123만5000가구였다. 전체 수급 대상의 72.6%가 1인 가구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계급여는 1인 가구 중위소득의 30%(지난해 58만3444원) 이하인 경우에 지급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올해 5~6월 13세 이상 3만6000여 명을 설문한 결과 1인 가구의 50%가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가구 평균(54.3%)보다 4.3%포인트 낮았다. “아플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67.8%)”거나 “우울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74.3%)”고 응답한 1인 가구 비중도 각각 전체 가구 비중(74%, 79.8%)보다 낮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1인 가구 사회보장 수급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 가구 비율)은 47.8%였다. 전체 가구 빈곤율(30%)보다 17.8%포인트 높았다. 특히 노인층 1인 가구 빈곤율이 70.3%에 달했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 그룹장은 “과거 가족이 수행한 많은 기능을 지역사회와 국가가 보완하는 식으로 고령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