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형광 옷 오토바이 못 봤다?…'서울대 빗길 충돌 사망' 영상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대 정문 전경

서울대 정문 전경

서울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마을버스가 배달 오토바이가 부딪쳐 배달기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날 오후 7시 30분쯤 서울대 관악캠퍼스 기숙사 삼거리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A씨(42)와 충돌한 버스 운전사 B씨(60)를 조사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버스가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던 중 맞은편에서 직진하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고 한다. 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A씨는 버스 운전석 밑 범퍼에 다리가 낀 상태였으며,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한 시간 만에 숨졌다.

사고가 난 11일 오후에는 비가 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빗길이고 차량 전조등 불빛이 반사돼 오토바이를 못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A씨가 오토바이를 못 봤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당시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았고, B씨는 형광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서울대 기숙사 전경. 서울대 홈페이지

서울대 기숙사 전경. 서울대 홈페이지

잇따른 학내 교통사고…캠퍼스는 ‘도로 외 구역’ 

캠퍼스 내 교통사고는 서울대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월엔 부산 동아대 캠퍼스에서 택시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으며 4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6월에는 동덕여대 캠퍼스 내에서 한 학생이 쓰레기 운반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트럭을 몰던 환경미화원에게도 도로교통법이 아닌 교통사고처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유족은 “학교 관계자들이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며 총장 등 학교 관계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해 경찰이 함께 수사 중이다.

학교 내 도로는 사유지로, 도로교통법상 ‘도로 외 구역’으로 분류돼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책임이 가벼워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서울대 사고에서도 도로교통법이 아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는데, 교특법상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등 12대 중과실이 아니라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도 있다.

“대학이 자체 예방책 마련해야”…지자체 책임·법 개정 의견도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캠퍼스 내 도로는 경찰이 과속 등을 단속할 권한이 없어 대학 측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교내 셔틀버스 외에도 마을버스·지선버스 노선이 있을 정도로 캠퍼스가 크다. 서울대는 자체적으로 교내 차량 속력을 시속 30㎞로 제한하고 있지만, 모두가 지키는 것은 아니다. 재학생 박모(24)씨는 “버스도 오토바이도 과속하는 경우가 많고, 횡단보도가 있어도 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많아 보행자가 알아서 버스를 피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자전거로 출근했다는 교직원 이모(32)씨는 급경사 길에서 달려오던 버스에 치일 뻔한 후 그만뒀다고 한다.

지난 6월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쓰레기 운반 트럭에 한 학생이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난 언덕길. 이찬규 기자

지난 6월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쓰레기 운반 트럭에 한 학생이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난 언덕길. 이찬규 기자

박정관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차단기가 설치된 캠퍼스 내 도로는 도로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교통 사고는 예방이 중요한 만큼 표지판을 다수 설치하거나 속도가 날 만한 곳에선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등 대학 자체의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명예교수는 “재적 학생 수나 하루 차량 통행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도로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개정이 안 된다면) 대학이 지자체에 교통안전 대책을 제출하고 지자체와 경찰이 이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