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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자민당 지지율, 11년 만에 30% 아래로 뚝...'방위비 증세' 미룬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집권당 자민당의 지지율은 2012년 재집권 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추락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방위비 증액 등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추진한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 총리관저에서 아베파 비자금 의혹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 총리관저에서 아베파 비자금 의혹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23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전월보다 8.2%포인트 떨어진 29.5%를 기록했다. NHK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이 3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2년 12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며 재집권한 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는 와중에도 자민당의 지지율은 각 언론사 조사에서 30~40%대를 지켜 왔다. 하지만 자민당 아베파를 중심으로 불거진 비자금 문제가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가 19.8%, 40대 24.5%, 50대 27.9%, 60대 28.2%, 70대 33.1%, 80대 이상 43.4%로 나타나 연령이 낮을수록 자민당 지지 비율이 낮았다.

이번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월보다 6%포인트 내려간 23%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내각 출범 후는 물론 2012년 자민당 재집권 후 가장 낮은 내각 지지율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월보다 2.7%포인트 오른 7.4%를 기록해 반사 효과를 누렸다. 이어 일본유신회 4.0%, 공명당 3.2%, 공산당 2.6%, 국민민주당 2.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점점 불어나는 비자금 규모 

자민당의 아베파 비자금 의혹은 아베파가 2018∼2022년 파벌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이른바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돌려주고도 이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021년 12월 6일 열린 아베파 정치자금 모금 파티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021년 12월 6일 열린 아베파 정치자금 모금 파티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초기엔 이에 연루된 의원이 10여명, 장부에서 누락돼 의원들에게 흘러간 비자금이 5년간 약 1억엔(약 9억원) 정도라고 보도됐다. 하지만 수사가 확대하면서 비자금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2일 99명에 이르는 아베파 국회의원 대부분이 비자금을 받았으며, 지난 5년간의 비자금 총액도 5억엔(약 45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산문에 따르면 비자금은 현금으로 전달됐고, 참의원(상원)의 오노 야스타다(大野泰正) 의원이 약 5000만엔(약 4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자금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13일 임시국회가 폐회하는 대로 아베파 소속 의원 수십 명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시작한다.

방위비 증액에도 브레이크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2일 이번 정치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총리의 정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안보관련 3문서를 개정하며 방위비 대폭 증액을 표방하고 방위비 마련을 위한 증세를 2024년도 세제 개혁안에 명시해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정치자금을 둘러싼 논란으로 정부와 여당의 공조가 어려워지면서 증세 시기가 1년 이상 미뤄질 전망이다. 미야자와 요이치(宮澤義一) 자민당 조세연구위원장은 11일 이와 관련 "올해 (증세와 관련해) 결정을 내리고 내년 국회에서 논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영국 등과 차기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는 계획이나 사이버 공격을 미연에 막기 위한 '능동적 사이버 방어'와 관련한 법률 정비도 사전 논의가 원활치 않아 내년 국회에서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 비자금 파문이 정권 운영에 영향을 주자 이르면 14일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을 포함한 아베파 각료 및 자민당 간부들을 전원 교체할 계획이다. 아베파 실세 인사들로 분류되는 마쓰노 장관 및 다카기 쓰요시(高木毅)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참의원 간사장은 각각 1000만엔(약 9000만원) 이상을 비자금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은 100만엔(약 90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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