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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남규의 글로벌 머니

“미 Fed, 내년 6월 전후 금리인하 시작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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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남규 기자 중앙일보 국제경제 선임기자

마틴 울프 FT 수석 경제논설위원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인플레이션 파이팅=실업률 급등’이 아닌 첫 사례일 것이다.”

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경제논설위원의 예측이다. 본지가 주최한 ‘2023년 중앙포럼’의 주요 연사로 서울을 찾은 그를 글로벌 머니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다. 그의 데이터와 이론, 경제사가 어우러진 글은 주요국 경제와 통화 정책 담당자, 투자자뿐 아니라 경제학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미 물가 목표치 2%에 접근할 것
실업률 급등 없이 물가안정 가능

유럽 경제는 고유가 충격 받아
독일 경제 변수는 전기차 혁명

중국은 ‘동물적 본능’ 약해진듯
경제성장률 4%대에 그칠 수도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마틴 울프 FT 수석논설위원. 장진영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마틴 울프 FT 수석논설위원. 장진영 기자

내년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까.
“여러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내가 분석 칼럼을 썼는데, 미 경제가 아주 부드럽게 착륙한다는 전망이 더 믿을 만해졌다. 현재 미 경제는 강한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은 (고용시장 등 한 부문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 그 바람에 미 가계의 저축이 고갈돼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총수요가 약해질 전망이다.”
미국인 씀씀이가 줄어들면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인 소비가 약해지는 것인데.
“내가 본 경제 분석의 대부분은 미국인의 소비가 줄어도 경제 전체는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둔화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나도 현재 세팅된 미 통화와 재정 정책을 보면 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Fed 금리 인상은 끝냈다!”

미국 2024년 경제 성장률은

미국 2024년 경제 성장률은

물가 압력이 낮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가 탄탄한데, 내년 Fed의 통화정책은 어떨까.
“현재 경제 상황에 비춰 Fed가 내년에 통화 완화를 시작할 개연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말(6월 전후)에 완화로 돌아설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Fed 사람들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싶어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할 전망이다. 추가 인상을 멈추고 인하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물론 이 모든 전망이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갈등이 페르시아만으로 퍼질지 누가 알겠는가. 또 새로운 팬데믹이 엄습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려면 그럴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럴까.
“얼마 전까지 나와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실업률이 급등하는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물가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다. 반면에 실업률이 급등하지 않는데도 일손 부족 사태가 완화하고 있다. 실업률이 급등하는 일 없이 노동시장의 압력이 내려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Fed가 기준금리를 더는 올리지 않을 전망이다. 정리하면 미 경제가 내년에 경착륙 대신 연착륙하고, 인플레이션이 2%에 가까워질 것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경제사(史)에서 실직자를 많이 늘리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을 잡은 적이 있었나.
“아주 좋은 질문이다. 내가 모든 사례를 다 알고 있지는 않다. 침체의 정의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있기도 하다. 실제 1990년대 초 이후  발생한 침체 시기 실업률이 이전 시대보다 높지 않았다. 그런데 내년 미국 실업률이 90년대 침체보다도 낮을 전망이다.”
영국을 포함해 유럽 경제는 어떨까. 요즘 독일 경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 경제가 미국보다 상당히 취약한 상태인 듯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은 팬데믹 때 미국만큼 공격적으로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지 않았다. 그 대신 유럽의 재정적자가 미국보다 훨씬 적다. 양쪽의 통화정책 차이는 재정지출만큼 크지 않았다. 에너지값 상승이 낳은 충격이 미국보다 유럽에 컸다. 그런데 전기차가 독일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전망이다. 독일 경제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들은 부품 숫자가 훨씬 많은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에 창업돼 성장하며 일자리를 창출했다. 전기차 시대에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

중국 부동산 위기와 생산성 감소

팬데믹 봉쇄가 풀리면 중국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성과를 보면 예상만 못 하다. 내년 중국 경제는 어떨까.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았다. 올해 중국 성장률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은 모르겠다. (에너지 소비량 등) 다른 데이터 등과 견줘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할 듯하다. 내년 이후 상당 기간의 성장률은 예전만 못할 전망이다.”
이유가 궁금하다.
“미국과 무역분쟁 등 갈등이 몇몇 분야의 투자와 수출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떨어뜨릴 수 있다. 미국과의 갈등이 다른 요인들과 견줘 가장 큰 리스크라고 보지는 않지만 분명히 우려할 만한 요인이다.”
다른 요인이란 말을 했는데, 무엇일까.
“나 같은 외부의 관찰자들은 중국 민간 부문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많이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바람에 민간 부문의 투자가 위축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투자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 때문에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 수요가 연 7% 증가에서 4% 증가로 낮아질 수 있다. 3%포인트 차이는 상당히 크다. 게다가 부동산 부문 위기와 생산성 감소도 성장률을 떨어뜨릴 전망이다. 그 바람에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잠재 성장률을 4% 수준으로 본다. 결국 앞으로 상당 기간 중국 경제가 잠재 성장률인 4%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마틴울프 QR

마틴울프 QR

전체 인터뷰는 더중앙플러스 글로벌머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www.joongang.co.kr/article/25212778)

◆마틴 울프=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74년 세계은행(WB)에 들어가 경제분석가로 81년까지 일했다. 1987년 파이낸셜타임스(FT)로 자리를 옮겨 ‘저널리즘 이코노미스트’로 변신했다. 그는 “언론은 아주 독립적이기에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