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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칼럼

아침의 문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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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도서관에는 책이 한 권도 없다- 단 한 권도. 과거에는 책이 가득 꽂혀 있고, 사람들이 지식과 즐거움을 얻기 위해 이곳을 찾았으리라. 여느 도시의 도서관이 그렇듯이, 그 분위기가 잔향처럼 아직 주변을 희미하게 떠다닌다. 그러나 어느 시점엔가 서가에서 모든 책들이 치워지고, 그 자리를 오래된 꿈이 채운 모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 주인공은 또래 소녀와 상상으로 빚어낸 이 도시에선 ‘꿈 읽는 이’가 되어 도서관을 찾고, 다시 돌아온 보통의 세계에선 도서관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