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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유가 하락…중국 부진이 무역수지 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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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국 무역수지엔 호재가 될까.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하락하고 원자잿값도 안정세를 보이면서 수입 감소 추이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월까지 배럴당 90달러대를 훌쩍 넘겼던 국제유가는 최근 내림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꾸준히 내리면서 80달러 선도 깨졌다. 8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5.84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날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76.07달러를 나타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추가 감산 같은 상승 요인에도 중국 경기 하강 우려, 미국 내 원유 생산 호조 등이 더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중국 시장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11월 두 달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신호가 커졌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원유 수입은 전월 대비 13.3% 감소했다. 중국의 수요 하락이 유가 하락을 이끈 셈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꼽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장기화하는 양상이지만, 확전 위험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원유 수입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수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든 데 이어 이달 1~10일에도 19.4% 감소했다.

국내 산업과 직결되는 원자재 가격도 최근 안정적이다. 소재부품장비산업 공급망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 주 기준으로 철강·2차전지 수요 부진 속에 주요 금속 시세는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탄산리튬·코발트 등은 가격이 내려가는 한편 현물 거래도 최소화하는 양상이다. 국내 수요가 많은 주요 자원 가격 추이를 알려주는 광물종합지수(한국광해광업공단)도 지난 10월 이후 꾸준히 2700선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원자재 시장의 큰손인 중국의 건설·제조 경기가 주춤하면서 광물 가격이 당분간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원자재 비중이 큰 수입도 당분간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역성장을 벗어나 두 달째 ‘플러스’(+)를 찍은 만큼 6개월간 이어진 무역흑자 행진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수입의 주요 변수로는 중국이 꼽힌다.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 원유·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국제 가격을 끌어올리고 수입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또 다른 변수는 반도체다. 최근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면서 수출뿐 아니라 부품·장비 등의 수입도 같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여부 등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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