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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 된 곳 보니…지방대 ‘뭉쳐야 산다’ 통합 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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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 8일 경북대 본관 앞에서 금오공대 통합을 반대하는 재학생이 벗어둔 학과 점퍼(과잠)가 가득 놓였다. 경북대는 “금오공대와 통합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뉴스1]

지난 8일 경북대 본관 앞에서 금오공대 통합을 반대하는 재학생이 벗어둔 학과 점퍼(과잠)가 가득 놓였다. 경북대는 “금오공대와 통합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뉴스1]

“두 대학이 통합하면 해양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해양 카이스트’가 탄생할 겁니다.” 장영수 국립부경대 총장은 최근 한국해양대와의 통합 논의를 공식화하며 이같이 밝혔다. 두 대학은 부산에 있는 국립대다. 부경대는 1941년, 한국해양대는 1945년 개교했으며 각각 수산과 해운·항만 분야 연구에 특화된 대학으로 발전했다.

통합 논의는 두 대학이 올해 교육부 글로컬대학 유치전에 탈락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구조조정 등 개혁안을 제출한 대학을 선정해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위기를 겪던 지방대는 이 사업을 따내는 데 사활을 걸었다. 올해 모집에 국·공립대 26곳과 사립대 64곳이 신청해 10곳이 선정됐다.

특히 이 가운데 4곳(부산대·부산교대, 충북대·한국교통대, 안동대·경북도립대, 강원대·강릉원주대)이 통합안을 제시해 선정되자 ‘통합안이 글로컬대학 유치 열쇠’라는 분석이 나왔다. 교육부는 내년에도 글로컬대학을 추가로 선정한다.

올해 결과를 확인한 뒤 부경대와 한국해양대 내부에선 통합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부경대는 본래 한국해양대와의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한국해양대 쪽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특성화 대학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통합 반대 의견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정작 탈락 후엔) 통합안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을 유치하면 연구 환경 개선 등 장점이 더 많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 86.3%가 통합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해양대는 오는 11일 재학생 등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통합이 성사되면 입학정원 5000명, 재적학생 2만8000명 규모의 수산·해양 특성화 대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남과 인접한 대구에서는 경북대가 금오공대와의 통합을 검토했다. 이는 내년 글로컬대학 공모를 겨냥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산됐다. 지난 7일부터 경북대 학생들이 대학 본관 앞에서 ‘과잠’(학교·과 명칭이 새겨진 외투)을 벗어던지고 근조 화환을 세우는 등 통합에 격렬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경북대는 “금오공대와 통합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두 대학 통합 논의는 2007년에 이어 다시 한 차례 무산됐다.

올해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학교들도 통합 추진 과정에서 극심한 반발을 겪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교대에선 특히 통합 이후 다른 학과 학생에 의한 ‘초등임용 자격 침범’ 가능성이 제기되며 학생 반발이 극에 달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이 통합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등 노력 끝에 두 대학 통합을 전제로 ‘조건부’ 선정됐다.

부산대 관계자는 “선정 이후에도 부산교대 학생 및 실무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내년 4월까지는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담은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 1월 글로컬대학 2차 공모신청을 받는다. 4월 예비대학을 지정한 뒤 7월엔 본대학 지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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