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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급'이라더니 대학생이 출제…어머니는 그 학원 믿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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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서울 목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정부가 대형 학원의 허위·과장광고를 적발하고 1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학원 관계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강사나 교재 집필진 이력을 과장하거나 진학 실적을 부풀리는 등의 홍보 방식은 오래된 학원가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형 학원 허위·과장 광고에 이어 입시철 불법 컨설팅을 하는 업체들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학원 관계자들은 “소형 학원들은 이보다 더 할 것”이라며 “앞으로 문제가 될만한 광고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업계 관행인데”…당황한 학원가

앞서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허위·과장 광고를 한 9개 사교육 업체에 18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학원은 ㈜디지털대성, 메가스터디교육㈜, 에스엠교육㈜, 이투스교육㈜, ㈜하이컨시 등 5곳, 출판업체는 메가스터디㈜, ㈜브로커매쓰, ㈜이감, ㈜이매진씨앤이 등 4곳이다. 이들은 교재 집필진 경력을 허위로 표시하거나 수강생·합격자 수, 성적 향상도 등의 실적을 과장했다.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9개 입시학원 및 출판사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9개 입시학원 및 출판사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런 지적 사항에 대해 학원 관계자들은 “관행처럼 행해진 일들”이라고 말했다. 문제집이나 모의고사 집필진의 이력을 허위로 쓴 광고가 대표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학원들은 수능 검토나 모의평가 출제 경력이 있는 집필진을 ‘수능 출제 경력’으로(메가스터디) 광고했고, 집필진의 학력을 ‘박사급’이라고 허위로 쓰기도(이감) 했다.

한 대형학원 전직 강사는 “강사들이 수업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학력을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이제는 강사가 만든 문제의 질도 중요하다보니 경쟁적으로 집필진의 경력까지 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학원 관계자는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위원 명단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학원으로서는 저자가 실제로 수능, 모의평가를 출제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저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업체의 모의고사는 박사, 교사보다는 수능 감각이 살아있는 대학생들이 출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적 부풀리기, 작은 학원 더하다”

수강생이나 대입 합격자 수를 부풀리는 광고 역시 만연하다는 평이다. 공정위는 “메이저 의대 정시 정원 2명 중 1명은 시대인재N”이라고 홍보한 시대인재, “현장 수강생 50명을 합격시켰다”는 메가스터디 강사 등을 적발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16일) 전 마지막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9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공동취재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16일) 전 마지막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9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런 대형 학원이 아니어도 대치동 학원가 홍보 전단에는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후기 등의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재수학원 원장은 “작은 논술학원 같은 곳은 학생이 아주 짧게 수강했더라도 자기네 학원 실적으로 포장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악질적인 홍보 방법”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대형학원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서울대 1학년 박모씨는 “학원 교재 집필진의 이력이 화려할수록 그 학원을 선호하게 된다”며 “허위 이력은 학생이 직접 사실 여부를 따져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악질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1학년 안모씨도 “혹시 내가 들었던 강사도 뭔가 속였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 가장 많은 과징금을 내게 된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일종의 자정작용을 할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며 “문제의 광고들을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도 고발…“학원 아닌데 불법 영업”

정부는 대형 학원 광고에 이어 대입 컨설팅 업체를 조준하고 있다. 대입 정시모집 기간을 앞두고 불법 컨설팅 업체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11일 교육부는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입시 컨설팅을 운영한 진학사를 고발하고 유웨이는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세한 것은 수사 내용이라 말할 수 없다”며 “두 업체 모두 학원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로 컨설팅을 하고 있어 관할 교육청 수강료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원법(22조)에 따르면 등록하지 않고 학원을 영업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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