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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끝낸 최태원, 보름간 아시아·미국·유럽 ‘3대륙 현장경영’

중앙일보

입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주요국을 다니며 ‘현장경영’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1년 넘게 전념하느라 중단했던 현지 사업 점검을 재개하고,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을 다지기 위한 행보다.

11일 재계와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8~9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있는 SK하이닉스 미주법인을 방문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예한 기술패권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기존 사업구조 말고도 시장 내 역학관계 변화부터 지정학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까지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HBM은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부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관련 역량을 모은 ‘HBM 비즈니스’ 조직을 만들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2~17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2023'(SC 2023) 콘퍼런스에 참가해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솔루션을 선보였다고 20일 밝혔다.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2~17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2023'(SC 2023) 콘퍼런스에 참가해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솔루션을 선보였다고 20일 밝혔다. 사진 SK하이닉스

최 회장은 이어 새너제이의 가우스랩스와 루나에너지도 찾았다. 가우스랩스는 2020년 SK하이닉스가 100% 지분 투자해 설립한 AI 연구개발 자회사로, SK하이닉스는 가우스랩스의 AI 솔루션을 적용해 반도체 생산성을 개선 중이다. 최 회장은 “AI 솔루션을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할 때 거대언어모델(LLM)로도 접목하고, 반도체를 넘어 다른 분야 공정에 확대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미국 태양광 기업 선런과 공동투자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 루나에너지에선 “미국 외에 유럽과 아프리카 진출을 미리 생각하고, 특히 전력 공급이 열악한 지역을 위한 오프그리드(off-grid) 솔루션 제공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프그리드는 외부에서 전기나 가스 등을 제공받지 않고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미국 일정 뒤 곧바로 유럽으로 날아간다. 11일(현지시간) 독일에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함께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을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도이치텔레콤은 SK텔레콤 등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동맹’을 구성해 45개국, 12억 명을 아우르는 AI 개인비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해,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는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SK엔무브 유럽법인도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2030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이후 보름 넘게 글로벌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일본에서 열린 ‘도쿄포럼’에 참석했고, 이달 4일부터는 미국 워싱턴DC로 이동해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해 한·일 경제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 SK

이번 마라톤 출장은 SK의 경영 화두인 ‘글로벌 스토리’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스토리는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최 회장이 강조해 온 개념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엑스포 유치에 전념하느라 MBWA(Management by Working Around·현장 경영)를 사실상 중단했었다”며 “새해에도 반도체·AI·미래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고 ‘글로벌 스토리’를 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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