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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젤렌스키 초청해 예산 승인 압박…국민 절반 "지원 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전쟁 지원과 관련한 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전쟁 지원과 관련한 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한 미국 의회 협상이 공화당 제동으로 교착 상태에 빠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전격 초청해 의회에 예산안 처리를 압박했다. 그러나 젤렌스키의 방미가 공화당 마음을 돌릴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지원에 대한 유권자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지율 가상 대결에서 잇따라 열세를 보이며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바이든 대통령은 '민심 이탈'이라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2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담할 예정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잔혹한 침공에 맞서 자신들을 방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는 미국의 흔들림 없는 약속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텔레그램에 "미국과의 군사협력, 특히 무기·방공 시스템 합작 생산 등이 주 논의 사안"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는 지난해 12월, 올해 9월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방미 기간 상원 전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원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과도 따로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미는 미 의회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 연내 승인을 위한 바이든의 공화당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공화당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 통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산안 승인에 반대하고 있다.

젤렌스키의 방미가 미 의회의 예산 승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내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FT와 미국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이 지난 5∼6일 미국인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이 '지나치다'고 답한 응답자가 48%에 달했다. '적정 수준'이라고 답한 사람은 27%에 그쳤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의 반대 비율이 높았다. 공화당 지지자 중 '지나치다'고 답한 사람은 65%에 달했다. 민주당 지지자(32%)나 무당층(52%)보다 높은 비율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지원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높았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이 '지나치다'고 답한 응답자는 40%, 30%는 '적정하다'고 답했다.

미국 CBS가 6~8일 유권자 214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도 회의론적 시각이 두드러졌다. 바이든의 이스라엘-하마스 정책 지지율은 39%에 그쳤고, 반대가 61%를 차지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10월 조사에서 반대 응답자는 56%를 기록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반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CBS 조사에서 미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질문에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라 답한 사람이 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민(20%), 민주주의(16%), 이스라엘 전쟁(4%) 순이었다.

FT 조사에서도 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 한 달간 재정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9%가 '물가 상승'이라 답했다. 소득 수준(49%), 집 값(32%) 등이 뒤를 이었다. 2021년 바이든 재임 이후 경제가 나아졌다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53%는 외려 악화했다고 답했다.

지난 10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영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영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지난 8일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현 상황에서 휴전은 하마스에만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를 건너뛰고 이스라엘에 1억6000만 달러(2110억원) 상당의 탱크 탄약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수출통제법 긴급 조항을 발동하기도 했다. 미국 지원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10일 저녁 밤새 가자 지구 전역을 공격하며 하마스를 옥죄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향해 "목숨 걸지 말고 지금 당장 투항하라"고 말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일 "안보리가 지정학적 분열로 인해 마비됐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거부권을 행사한 미국을 비판하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안보리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은 이번 주께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다시 한번 휴전 요구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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