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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훈련에 "미친X처럼 발광하네"…막말 쏟아낸 北 속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디펜스'(Vigilant Defence)가 시작된 11월 30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F-35B 전투기가 착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디펜스'(Vigilant Defence)가 시작된 11월 30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F-35B 전투기가 착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11일 최근 한·미 연합훈련과 한국군의 자체적인 군사훈련을 거칠게 비난하면서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자신들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한국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조치 이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면서도 책임을 남측에 돌리는 건 추가적인 군사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이날 '전쟁도발 행위로 얻을 것은 파멸뿐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괴뢰패당(한국)은 상전(미국)과의 연합작전태세를 완비해 전쟁의 포성을 기어이 터치려고(터뜨리려고) 분별없이 날뛰고 있다"며 "미국을 등에 업고 북침 야망을 추구하며 대결과 전쟁의 길로 나가는 괴뢰패당의 망동은 실로 어리석은 것으로서 파멸을 재촉하는 부질 없는 객기"라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한국군 수뇌부를 향한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북의 도발에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라", "실전적이고 강도 높은 연합훈련을 통해 결전태세를 완비하라"와 같은 군 수뇌부의 발언을 나열하며 "대결을 고취하고 전쟁을 선동하며 미친개처럼 발광하고 있다"면서다.

지난달 21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안에서 '2023 호국 합동상륙훈련'에 참가한 해병대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육지에 상륙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안에서 '2023 호국 합동상륙훈련'에 참가한 해병대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육지에 상륙한 모습. 연합뉴스

신문은 한·미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진행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디펜스(Vigilant Defence)', 지난달 6일부터 나흘간 실시한 한·미 연합지휘훈련(WFX),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동해상에서 진행한 한·미 연합·합동 해상훈련, 해군·해병대가 지난달 17일부터 22일 경북 포항 인근에서 실시한 '2023 호국 합동상륙훈련 등을 언급하면서 "괴뢰들의 전쟁 광기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거친 반응은 한국군 수뇌부를 직접 압박하는 동시에 내년 한국 총선을 앞두고 안보 이슈를 부각해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군에 위치한 핵시설에서 실험용 경수로(LWR)를 시운전하는 정황이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 정비 동향을 지속해서 노출하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킨 당사자는 북한"이라며 "그에 대한 정당하고 방어적인 조치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데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관련 국방부 조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병대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뉴스1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관련 국방부 조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병대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뉴스1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이후 한국군의 동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신문은 "각종 유무인 공중정찰 자산들의 투입과 괴뢰군 전방지역에서의 화력 대기상태 격상놀음, 서해 열점수역인 백령도에서의 '서북도서 방어 종합훈련' 등이 광란적으로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거론한 조치들은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이후 정부가 기존의 정찰능력 등을 복원하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북한이 직후 이처럼 한·미를 향한 일종의 담화전에 몰두하는 것은 '그만큼 아프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로 핵·미사일 고도화에 온전히 몰두할 수 없는 전장환경이 조성된 측면이 있다"며 "군사적으로 한·미의 정찰 활동이나 각종 훈련에 대응한 경계태세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 전방부대의 피로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서북도서나 최전방 접경지역 등지에서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 주요 고비마다 국지도발을 통해 내부결속이나 체제 내구성을 과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군이 즉각 응징의 태세를 갖추고 있어 북한이 실제로 움직이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은 단 한 번만 실수해도 체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할 것"이라면서도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 원칙에 따라 철저한 대비태세를 확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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