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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미 9·19 파기 행위 착착...軍 “우리도 효력정지 절차 불필요"

중앙일보

입력

국방부가 향후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고도 9·19 남북 군사합의를 효력 정지한 것으로 간주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미 파기를 선언한 합의를 놓고 한국만 절차에 얽매여 군사적 불리함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원 등 차곡차곡 합의 파기를 이행하는 가운데 군 역시 신속하게 상응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파기를 공식 선언했고 그 이행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위한 우리 정부의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북한이 서북도서에서 포 사격을 감행하는 등 9·19 합의를 어기고 도발한다면 군도 효력 정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각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9·19 합의 1조 3항이 규정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력 정지를 국무회의 의결로 결정했다. 전방 지역에 정찰 자산을 띄워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한다는 논리였다.

국방부는 지난 24일부터 북한군이 DMZ 내 최전방 초소(GP) 복구에 나선 모습이 우리 군의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얼룩무늬로 된 GP 감시소 주변에 북한군이 서 있는 모습. 국방부

국방부는 지난 24일부터 북한군이 DMZ 내 최전방 초소(GP) 복구에 나선 모습이 우리 군의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얼룩무늬로 된 GP 감시소 주변에 북한군이 서 있는 모습. 국방부

하지만 북한이 이후 9·19 군사합의의 완전 파기를 선언하고 행동으로 이행하는 만큼 한국만 효력 정지 등 법적 절차를 따르는 게 무의미해졌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한국만 9·19 합의가 유효하다는 전제로 복잡한 절차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철수한 GP 11곳에서 복구 활동을 벌이고, 공동경비구역(JSA) 내 경비요원들에게 권총을 차게 하는 등 9·19 군사합의 파기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비례성의 원칙에 맞는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GP 복원의 경우 군 당국은 강원도 고성 최동북단의 '원형 보존 GP'를 우선 복원 및 재가동하는 방안을 문화재청과 협의하고 있다. 전 대변인은 “해당 GP가 문화재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이후에 활용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문화재청과 실무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해당 부대와 관련 부서에서 안전 진단 등 필요한 준비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실상 9·19 군사합의가 무효가 된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법률적인 요건을 충족해 이를 뒷받침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설사 요식행위라 해도 이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북한의 일방 파기에 맞설 근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 대변인은 “9·19 군사합의가 군사작전에 여러 가지 제한사항을 준다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설명해왔고, 필요하다면 전면적인 효력 정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유관기관에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언급한 유관기관은 통일부로 보인다. 통일부는 북한의 9·19 합의 파기 선언에 대해 “합의의 공식적 파기는 쌍방이 동의해야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지난 23일 밝혔다. 북한의 일방적 파기 선언으로 합의 자체가 무효화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합의가 사실상 완전 파기됐다고 보고 효력 정지를 위한 행정적 절차가 불필요하다는 국방부의 해석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은 이날 9·19 군사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마지막 '안전고리'마저 제 손으로 뽑아버린 괴뢰패당의 망동에는 음흉한 기도가 깔려있다”며 “논리와 이치에 맞지도 않게 우리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효력정지라는 조치를 서툴게 고안해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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