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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과일·채소 깎고 깎으니 꽃 되고 용 되고, 입으로 맛보기 전 눈으로 맛보죠

중앙일보

입력

음식점이나 행사장에서 과일·채소 등 식재료를 자르고 깎아 만든 작품을 본 적 있나요. 요리사·푸드코디네이터가 칼을 이용해 식재료를 깎아 메인 음식 주변을 장식한 것, 수박 껍질을 깎아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장식품으로 둔 것 등을 ‘푸드카빙’ 작품이라고 해요. 카빙(Carving)은 조각품·조각 기술·조각 무늬 등을 의미하는데요. 푸드카빙 외에도 목재로 하는 우드카빙, 큰 얼음을 사용한 아이스카빙 등이 있죠. 눈길을 끄는 푸드카빙 작품을 만드는 곽명숙 푸드카빙 명장을 만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군포시 한국푸드카빙요리학원을 찾아갔습니다.

구시연(왼쪽)·최세현 학생기자가 푸드카빙에 대해 알아보고, 푸드카빙 종류 중 하나인 수박카빙에 도전해 예쁜 꽃을 만들었다.

구시연(왼쪽)·최세현 학생기자가 푸드카빙에 대해 알아보고, 푸드카빙 종류 중 하나인 수박카빙에 도전해 예쁜 꽃을 만들었다.

곽 명장은 구시연·최세현 학생기자에게 “푸드카빙은 음식점·행사뿐만 아니라 결혼식·차례 상차림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어요. TV 광고에서 은행이 금리를 깎아주고, 통신사가 휴대전화 요금을 깎아주고, 카드 회사가 수수료를 낮춰준다는 의미로 푸드카빙이 등장하기도 하죠. 또한 홈쇼핑에서 음식을 판매할 때, 기업이 신제품 발표회를 할 때에도 푸드카빙 작품이 있으면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죠”라고 했어요. 세현 학생기자가 “푸드카빙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나요?”라고 물었어요. “푸드카빙은 13세기 타이족이 세운 태국 최초 통일국가 수코타이 왕조(1257~1350), 중국의 당나라(618~907)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죠. 오늘날 푸드카빙이 가장 크게 성행한 나라 역시 태국과 중국입니다. 특히 태국은 왕실에서 행사할 때 다양한 푸드카빙 작품을 빼놓지 않으며, 왕실 주최 카빙대회를 개최하기도 해요.”

“푸드카빙 재료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나요?” 시연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푸드카빙을 하려면 식재료가 단단해야 해요. 너무 무르고 부드러운 식재료는 형태를 잡기가 어렵고, 형태를 잡아도 오래 가지 않죠. 열대지방인 태국 등 동남아시아는 수박·파파야 등 크기가 큰 열대과일을 주로 쓰고, 중국은 당근·무 등 야채를 많이 사용하는 게 특징이죠. 태국은 수박카빙이 발달했고 중국은 용·말 등 동물카빙이 발달했어요. 우리나라는 이 둘의 특징을 융합해서 하고 있죠.”

당근 몸통에 무 깃털을 순간접착제로 붙인 새(위 사진) 작품. 용은 성공·풍요를 상징해 기업 행사용 동물카빙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당근 몸통에 무 깃털을 순간접착제로 붙인 새(위 사진) 작품. 용은 성공·풍요를 상징해 기업 행사용 동물카빙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푸드카빙은 만드는 기법에 따라 꽃·동물·수박카빙 등으로 나눌 수 있어요. 음식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의 모양·색·성질을 이용하는 꽃 카빙으로는 접시에 담긴 음식 주변을 장식합니다. 당근·무·호박·오이 등이 쓰이며 무처럼 흰색 식재료는 식용색소로 염색해 사용하기도 해요. 동물카빙은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행사에 소품으로 활용됩니다. 비상(飛上)하는 용과 독수리는 성공과 풍요, 원숭이·잉어는 무병장수 등 행사 주제에 어울리는 의미를 가진 동물을 만들죠. 대부분 작품 크기가 크고, 눈·털 등 작은 부위는 정교하게 깎아야 해 전문 기술이 필요해요. “수박카빙은 수박의 초록색 껍질, 안쪽 흰색 껍질, 붉은색 과육을 이용해 글자·그림 등을 입체감 있게 새기는 기법이에요. 단색으로 된 식재료와 다르게 여러 색이 있어 더욱 화려해 보이죠. 수박은 크고 단단하며, 3가지 색을 통해 어떻게 깎으면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지 쉽게 알 수 있어 푸드카빙을 처음 배울 때도 많이 사용해요.”

음식점에서 푸드카빙 작품을 접시에 담는 방법(플레이팅)에 따라 사이드 데커레이션·센터 데커레이션·디바이드 데커레이션 등으로 구별하기도 해요. 사이드 데커레이션은 조리된 음식을 접시에 담은 뒤 음식의 색·모양·크기에 따라 접시 사이드 부분을 장식하고, 센터 데커레이션은 음식 중앙에 동물카빙·수박카빙 작품을 장식하죠. 디바이드 데커레이션은 음식의 메인 부분과 소스를 따로 놓거나 메인 음식과 데커레이션 부분을 구분할 때 쓰는데, 식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일정한 모양으로 썰어 접시를 분할해서 장식해요.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당근·오이·양파 등 여러 식재료를 조화롭게 활용해 만든 꽃다발 작품, 접시 위 메인 음식의 주변을 장식하는 데 사용된 동물카빙 작품들, 수박을 깎아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연꽃 작품.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당근·오이·양파 등 여러 식재료를 조화롭게 활용해 만든 꽃다발 작품, 접시 위 메인 음식의 주변을 장식하는 데 사용된 동물카빙 작품들, 수박을 깎아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연꽃 작품.

곽 명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푸드카빙 조각칼인 ‘샤토나이프(Château knife)’를 보여줬어요. 시연 학생기자가 “식칼과 다르게 칼날이 손잡이보다 짧고, 더 날카롭게 생겼어요”라고 말했죠. “샤토나이프는 가장 많이 쓰는 푸드카빙 도구예요. 세밀한 작업을 할 때 주로 사용되죠. 검지와 엄지로 손잡이와 칼날 사이를 잡고 중지는 칼날 면에 살짝 얹으면 돼요.” 이외에 수박카빙 시 수박의 센터봉오리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원형커터, 당기면서 쓰는 조각도인 풀(pull) 카빙 나이프, 껍질을 벗기는 감자칼, 크게 자르거나 껍질을 깎을 때 쓰는 식칼 등이 있어요. 푸드카빙 도구들은 온라인·오프라인 식자재 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죠. “푸드카빙 도구는 부식이 잘 안 되는 스테인리스 재질이어야 해요. 푸드카빙 작품을 먹기도 하기 때문에 플라스틱·나무·알루미늄 등으로 된 도구의 경우 식재료가 오염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하죠. 스테인리스도 작업 전에 세척·소독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수박카빙 꽃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곽 명장이 잘 익은 수박 2통과 돌림판(턴테이블)·샤토나이프·식칼·원형커터·도마 등을 준비했어요. “꽃 만들기는 수박카빙에 많이 하는 작업이에요. 곡선 등 고난도 기술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초보자는 직선으로 삼각형 꽃잎을 내 꽃을 만들죠. 수박은 잘 익은 것을 골라야 자르고 깎을 때 터지거나 갈라지지 않을 수 있어요. 수박은 통으로도 쓰지만, 둥글어서 고정하기 어려워 깎기 힘들고 자칫하면 칼이 어긋나 다칠 수도 있어서 반으로 자를 거예요. 식칼로 수박을 자를 땐 터지지 않도록 테이프를 세로(꼭지 쪽)로 몇 바퀴 둘러요. 감은 테이프 바깥쪽으로 수박을 자르고, 테이프가 붙은 채로 수박 절반만 사용할 거예요.”

곽명숙(가운데) 명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푸드카빙 조각칼 샤토나이프 잡는 법을 알려 주고 있다.

곽명숙(가운데) 명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푸드카빙 조각칼 샤토나이프 잡는 법을 알려 주고 있다.

곽 명장이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 돌림판을 하나씩 두고, 그 위에 키친타월을 깐 뒤 수박 자른 면이 바닥으로 가게 올려놨어요. 자르다 수박 과육이 흘러 돌림판이 미끄러워질 수 있으니 키친타월을 꼭 깔아줍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식칼을 든 손에 위생장갑, 반대 손에는 안전을 위해 목장갑을 착용했죠. “먼저 수박의 초록색 껍질을 벗겨야 해요. 나의 배 쪽에 칼등이 오게 한 뒤 둥근 수박 모양대로 살살 밀어서 수박 절반 전체의 4분의 3 정도 껍질을 벗깁니다. 초록색 껍질이 얼마만큼의 두께인지 모르기 때문에 흰색 껍질만 보이고, 붉은색 과육이 나오지 않게 조금씩 벗겨줘요.”

흰색 껍질이 드러난 수박 가운데 윗부분을 원형커터로 뚫어 센터봉오리를 만듭니다. “센터봉오리는 꽃봉오리예요. 왼손으로 수박을 잡고, 오른손으로 원형커터의 절반이 수박 안으로 들어가게 누른 다음 돌려서 빼줍니다. 원형커터를 쓰면 원 모양 봉오리를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없으면 샤토나이프로 동그랗게 파면 돼요. 입체감을 주기 위해 센터봉오리 안쪽으로 0.5~1cm 지점에 샤토나이프를 45도로 눕혀 동그랗게 파줘요. 왼손으로 돌림판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샤토나이프를 쥔 오른손으로 수박 왼쪽 방향으로 파는 게 편한데, 중요한 건 샤토나이프가 센터봉오리 아래 면까지 맞닿을 정도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조각이 깔끔하게 떨어져 나가죠.”

수박은 크고 단단해 깎기 편하고 초록색·흰색·붉은색 등 여러 색이 있어 깎았을 때 화려하고 입체감 있게 보인다.

수박은 크고 단단해 깎기 편하고 초록색·흰색·붉은색 등 여러 색이 있어 깎았을 때 화려하고 입체감 있게 보인다.

다음으로 꽃봉오리 안에 덜 핀 꽃잎들을 표현하기 위해 센터봉오리 안에 크게 삼각형을 만들어요. “샤토나이프를 세워서 삼각형 선을 긋고, 그 선을 따라 0.5cm 정도 떨어진 곳에 샤토나이프를 가로로 눕혀서 깎아줘요. 이런 식으로 삼각형 안의 삼각형을 1~2개 더 깎아줘요. 너무 깊게 파면 과육이 흘러 수박 주변이 지저분해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삼각형 안의 삼각형까지 3개 만든 뒤엔 샤토나이프를 45도 눕혀 센터봉오리에서 0.5~1cm 떨어진 바깥쪽을 둥글게 깎아 꽃잎 모양을 내줍니다.

“이제 꽃잎 8개를 만들 거예요. 센터봉오리를 중심으로 8등분 하기 위해 샤토나이프로 8개의 직선을 살짝 그어요. 직선 간격은 일정해야겠죠. 이웃한 두 개 직선의 꼭짓점에서 출발한 45도 각도 직선이 맞닿도록 각각 선을 그어서 삼각형을 만들어줍니다. 이를 반복해 8개의 꽃잎이 나오면, 입체감을 주기 위해 샤토나이프를 가로로 눕혀 꽃잎 주위 부분을 2~3cm 정도 깎아줘요. 이때 꽃잎이 깎이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첫 번째 꽃잎 한 변의 3분의 2 정도 되는 지점부터 45도 각도의 선을 각각 긋고 삼각형을 만든 뒤 주위를 깎아 8개 꽃잎을 더 만들어요.”

푸드카빙은 칼을 사용하기 때문에 목장갑 착용 등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푸드카빙은 칼을 사용하기 때문에 목장갑 착용 등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2단으로 활짝 펴진 꽃잎이 채워지며 초록색 껍질까지 흰 부분이 조금 남았어요. 세현 학생기자는 “처음에는 칼을 잡는 것도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 예쁜 꽃 모양이 나와서 재미있어요”라고 했죠. 이제 마무리 단계입니다. 두 번째 꽃잎 한 변의 3분의 2 정도 지점에서 시작되는 45도 각도의 선을 그어 초록색 껍질 경계까지 오는 삼각형 꽃잎 8개를 더 만듭니다. “이번엔 꽃잎 주위 부분을 깎는 게 아니라 샤토나이프를 45도로 기울여 삼각형 한 변에서 0.5~1cm 떨어진 곳에서 삼각형 모양대로 파내 마무리해요. 완성됐으면 수박을 감쌌던 테이프를 제거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무거워 하면서도 완성된 수박카빙 작품을 들어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미소를 지었죠. “여러분은 원형커터로 동그란 센터봉오리를 만든 것을 제외하고 모두 직선을 활용했는데, 샤토나이프 다루는 것이 익숙해지면 어려운 곡선 연습도 해보길 바라요.”

시연 학생기자가 “수박카빙 작품은 어떻게 보관하나요?”라고 물었어요. “수박카빙 작품은 완성 후 먹을 수 있으면 되도록 빨리 먹는 게 좋아요. 상온에 오래 두면 노출된 과육이 마르고 썩을 수 있거든요. 랩으로 씌워 냉장 보관하면 일주일 정도는 둘 수 있어요. 다만 순간접착제 등을 발라 어딘가에 붙이거나 사람이 많은 외부에 전시했다면 오염의 위험이 있어 먹지 않고 버려야 합니다.” 세현 학생기자가 “어린이도 푸드카빙을 배울 수 있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푸드카빙 관련 협회·학원 등 푸드카빙 전문교육기관에서 초등학생도 배울 수 있어요. 국내 큰 푸드카빙 대회가 1년에 두 차례 정도 있는데 학생들도 지원할 수 있고 3000~5000명 정도 참여하죠. 푸드카빙을 배우면 작품을 잘 만들기 위해 다치지 않기 위해 집중력도 높아지고, 대회에 나가면 수많은 사람 앞에서 푸드카빙 작업을 선보이기 때문에 자신감·성취감도 커져요. 단순히 식재료를 깎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는 것도 푸드카빙의 매력이랍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를 통해 푸드카빙을 처음 해봤어요. 집에서 영상과 사진으로 봤을 때는 만들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수박카빙을 해 보니 꽤 어려웠죠. 수박을 샤토나이프로 깎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완성품을 보니 뿌듯했답니다. 푸드카빙이 나라마다 주로 사용하는 식재료가 다르다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수박·파파야 등 열대 과일을 많이 사용하고, 중국은 당근·무 등 야채를 많이 쓴다는 것이었죠. 집중력도 키우고, 식재료로 멋있는 작품도 만들 수 있는 푸드카빙. 소중 친구들도 한 번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구시연(서울 월촌초 6) 학생기자

푸드카빙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푸드카빙요리학원을 방문해 곽명숙 명장님을 만났습니다. 푸드카빙에 사용되는 식재료들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칼로 깎았을 때 형태가 나오는 식재료는 모두 가능하다고 해요. 저는 수박으로 푸드카빙을 해봤어요. 샤토나이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야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답니다. 저는 손재주가 없는 편인데도 멋진 작품을 만들었으니 소중 친구들도 푸드카빙에 도전해 본다면 더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세현(서울 일원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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