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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비자금 스캔들’ 아베파 각료·당간부 손절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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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시다 후미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비자금 스캔들이 내각과 자민당 당직자들의 도미노 퇴진으로 번질 전망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인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 출신 장관과 당 간부들을 대거 교체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아베파 의원 수십 명은 파벌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에서 얻은 수익을 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도 파벌 파티를 통해 1000만엔(약 9100만원)이 넘는 비자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마쓰노 장관을 교체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기 쓰요시(高木毅)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뜻을 굳혔다. 또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자민당 참의원(상원) 간사장 교체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아베파 의원들이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할 계획이었으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개각과 당 간부 교체를 서두르기로 했다. 인사는 이르면 연내 이뤄진다.

이번 스캔들은 정치학자 가미와키 히로시(上脇博之) 고베학원대학 교수가 자민당 내 5개 파벌이 정치자금 파티 관련 보고서에 모금액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관련자들을 형사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관련법에 따르면 각 파벌은 파티에서 20만엔(약 182만원)이 넘는 ‘파티권’을 구입한 개인과 단체의 이름·금액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적어야 한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 과정에서 특히 아베파가 조직적으로 자금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자금을 돌려주면서 이를 회계 처리에 공식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끈 아베파는 소속 의원이 99명에 이른다. 이어 아소파(56명), 모테기파(53명), 기시다파(47명), 니카이파(42명) 등이 뒤를 잇는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구심점을 잃은 아베파가 비자금 스캔들로 존립 위기에 처했다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 각료 배제를 통해 불똥이 정권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9일 “내각의 중심인 관방장관 교체로 정권 운영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며, 내각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총리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최저 수준인 28.9%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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