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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건너 뛰고 이스라엘 지원하는 바이든…"그만큼 위급한 상황"

중앙일보

입력

이스라엘군 탱크가 가자 지구 접경 지역을 이동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런 탱크에 쓰일 포탄 1만4000여 발의 긴급 판매를 승인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 탱크가 가자 지구 접경 지역을 이동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런 탱크에 쓰일 포탄 1만4000여 발의 긴급 판매를 승인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AFP=연합뉴스

미국이 가자지구 남부로 공격을 확대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1만4000여 발의 탱크 포탄 긴급 판매를 승인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날 미 국무부가 무기수출 통제법(Arms Export Control Act)의 긴급 조항을 발동했으며, 이 내용을 연방 하원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무기수출 통제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외국에 무기를 팔기 전,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긴급 조항을 발동하면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무기를 판매할 수 있다.

이번에 판매되는 무기는 이스라엘 전차 메르카바에 쓰일 포탄으로, 1억6000만 달러(약 2112억원) 규모다. 당초 4만5000발을 미국에 주문한 이스라엘은 순차적으로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민자 문제, 예산 삭감 등 국내 정치와 얽혀 좀처럼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바이든 정부는 의회를 건너뛰는 방안을 택했다.

미국 정부가 긴급 조항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5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도 긴급 조항을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무기를 팔았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서도 바이든 정부는 몇 차례 행정권을 사용했다.

의회에 긴급 조항 발동을 통보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에) 즉시 무기를 팔아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의회에 긴급 조항 발동을 통보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에) 즉시 무기를 팔아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국무부의 결정이 유독 논란이 되는 것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 방식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가자 보건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 지구에서 1만5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이 중 약 40%는 어린이였다. 대부분은 공습에 의한 것이지만, 최근 이스라엘 탱크가 민간인을 향해 사격하는 장면도 온라인에 공개되며 논란이 커졌다.

게다가 전날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나 홀로 반대표를 던졌다. "당장 휴전을 하는 것은 하마스에 또 다른 전쟁 준비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지난 10월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해 사임한 전 국무부 직원 조시 폴은 "휴전결의안에는 거부권 행사하고, 이스라엘에는 치명적인 무기를 신속 지원하면서,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어떻게 믿겠냐"고 꼬집었다.

의회에 긴급 조항 발동을 통보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에) 즉시 무기를 팔아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의회가 얼마나 납득할지는 미지수라고 NYT는 전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반 홀런 상원의원(메릴랜드)은 "대규모 무기 판매에 있어 의회 검토는 매우 중요한 단계인데, 이를 건너뛴 정부의 결정은 투명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13명은 미국 무기를 사는 외국 군대의 경우 전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증거를 더 많이 제출토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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