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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블랙리스트…그 후 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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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2년 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이든의 취임 선서가 끝나자마자, 중국 외교부가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정권 당시 인사 28명을 무더기 제재한 것이다. 제재 대상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데이비드 스틸웰 전 동아태 차관보,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포함됐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학살을 비판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기원했다고 밝힌 것 등에 대한 보복이었다. 당시 환구시보는 폼페이오를 “둠스데이(종말)의 광대”라고 부르며 “최악의 국무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입국이 금지됐고, 이들과 관련된 회사나 단체의 중국 사업도 제한됐다.

지난달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친 뒤 배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마친 뒤 배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여행 안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당시에도 워싱턴에선 “미국 기업들이 사외이사나 고문을 뽑을 때 중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을 꺼릴 수 있다. 이들이 퇴임 후 특정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보니 글레이저 국제전략문제연구소중국담당)는 우려가 이미 나왔다.

얼마 전 트럼프 정부에서 일했던 한 고위 인사를 만났더니,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고 했다. 이들 중 일부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에 책상을 놓을 수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중국 자본의 눈치를 보는 월스트리트에선 아무도 이들에게 자리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강연자로 초청하는 일도 끊겼다. 그러다 보니 지금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참모들에겐 “퇴임 후 중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는 게 목표”라고 이 인사는 귀띔했다. 중국에 강경한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극단적인 표현은 삼가고, 계속 정상급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봤다. 물론 순전히 공화당 측의 시각일 수 있다. 그러나 한·미·일 동맹에 ‘올인’하면서도 좀처럼 중국과는 접점을 못 찾는 우리 입장에선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선 미·중 정상과 중·일 정상이 모두 따로 만났다. 한·중 정상회담만 불발된 것을 두고 그저 “전략적인 판단이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은 한가하게 들린다. 패권 대결의 혼란이 끝날 때쯤 다들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고 있는데, 우리만 출구 없이 무작정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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