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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리 0.6%로 1.7억 빌려줬다…정형식 '합법적' 자녀 사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021년 결혼을 앞둔 차남에게 1억7000만원을 대여해주고 그에 대한 이자를 연 0.6%로 책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후보자 측은 이런 가족 간 초저리 대출이 법적으로 증여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형식 후보자로부터 제출받은 차용증 등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2021년 1월 18일 본인의 차남에게 1억7000만원을 대여해줬다. 정 후보자와 차남은 당시 작성한 차용증에서 대여금 변제일을 2023년 12월 31일로 설정해놓고, 변제일까지 차남이 매달 25일 정 후보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들이 해당 계약에서 책정한 이자율은 연 0.6%다. 실제로 정 후보자 차남은 차용증 작성 당시부터 최근(지난달 27일)까지 매달 6만5000원~10만원의 이자를 정 후보자에게 이체해왔다고 한다.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진 대통령실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진 대통령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의4)은 ‘타인으로부터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리는 경우’ 적정 이자 상당액에서 실제 지급한 이자 상당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 현재 적정 이자율은 시행규칙에 따라 연 4.6%다. 정 후보자와 차남은 초저금리로 대여금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정 후보자가 차남에 매년 증여한 재산은 대여금 총액(1억7000만원) 중 적정 이자율(연 4.6%)에서 실제 이자율(연 0.6%)을 뺀 4.0%, 680만원으로 계산된다.

박 의원이 “이자가 0.6%에 불과한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하자 정 후보자는 위 법 규정을 언급하며 “계산한 연이자소득액이 1000만원 미만인 경우는 (증여재산 간주에서) 제외한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여금 채권에 따른 이자를 받지 않더라도 증여세 부과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차용 사실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차남으로부터 연 0.6%에 해당하는 이자를 정기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정 후보자 설명대로 현행 세법 시행령(제31조의4)은 적정 이자에 못 미치는 대여금을 증여재산으로 간주하더라도 연간 이자 총액이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재산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누구나 2억5000만원까지 자녀에게 주더라도 연 0.6% 이자에 해당하는 최대 12만5000원만 매달 꼬박꼬박 받으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정 후보자는 대여금 지급 사유에 대해 “차남이 신혼집(2021년 6월 결혼)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해 대여하게 됐고, 차남은 이를 신혼집 매매 잔금 지급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참으로 놀라운 세테크(세금 재테크)”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제 대한민국 모든 돈 있는 부모는 2억5000만원까지는 증여가 아니라 ‘절세’라는 이름으로 마치 증여 같은 대출을 자식에게 해주고, 후보자와 비슷하게 차용증 써서 돈을 주고받을 것”이라며 “자녀에게 1억 7000만원을 거의 무상에 가깝게 빌려준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에 과연 걸맞은 사람인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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