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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끊겨도 몰랐다…이모 시신 옆 방치된 장애 조카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남 순천의 한 빌라에서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서는 보호자 돌봄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50대 중증 지적장애인이 쓰러져 있었다. 숨진 여성의 조카다. 이 지적장애인은 다행히 현재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상태나 최소 2주 이상 시신이 있는 집에서 홀로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 안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 사각지대 일러스트. 그래픽=김주원 기자

복지 사각지대 일러스트. 그래픽=김주원 기자

장애인 활동지원사 “연락 안 돼”…부패된 시신

8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순천 행동의 한 빌라에서 A씨(78)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지적장애인 조카 B씨(54)를 돌봤던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며칠간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신고하면서다.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이 집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현장에서 부패가 이뤄진 A씨 시신이 나왔다. 쓰러진 B씨도 집 안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이나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A씨는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B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어 현재 노숙인시설에서 보호 중이다. 마땅한 장애인 거주시설을 아직 찾지 못해서다. B씨는 부모가 없다.

활동지원 끊긴 사실 지자체 보고 안해 

이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외부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지적장애 1급으로 매주 월~토요일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돌봄서비스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11일 담당 활동지원사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 이에 장애인지원센터는 기존 활동지원사를 대신할 인력을 보내려 했으나 A씨가 완강히 거절하면서 돌봄서비스가 중단됐다.

하지만 복지센터는 B씨에 대한 활동지원 중단사례를 지자체에 보고하지 않았다. 순천시가 지원센터를 통해 A씨와 마지막 연락을 한 게 지난달 20일이었다. 활동지원이 끊긴 사실을 몰랐던 순천시는 같은 달 28일 정부에서 지원하는 쌀인 ‘정부 양곡’을 A씨 집으로 보냈다. 배달 직원은 인기척이 없자 현관문 앞에 쌀을 놓고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A씨 시신 부패 상태상 쌀 배달 당시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호보자인 지적장애인이 시신과 함께 고립된 점에 비춰볼 때,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교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흔히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이) ‘우리는 괜찮다’는 식으로 거부하는 사례가 다분하다. ‘낙인 효과’를 우려했을 가능성도 높다”며 “지자체와 사회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119구급차 그래픽 이미지. 중앙포토

119구급차 그래픽 이미지. 중앙포토

뒤늦게 재발방지 나선 지자체

순천시는 뒤늦게 재발 방지를 위해 복지센터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순천시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B씨에 대한 장애인 활동지원사 배치는 의무가 아닌 당사자가 서비스를 원했을 때 연결되는 사업”이라며 “당사자가 서비스를 원치 않았을 때 복지센터가 지자체에 보고하는 게 의무인지는 확인 중”이라고 했다.

한편 배달원이 A씨 빌라 현관문 앞에 둔 쌀은 시신 발견 당시 집 안으로 옮겨져 있었다. 시는 중증 지적장애인 B씨가 쌀을 집 안으로 옮길 정도의 판단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 사인과 함께 쌀이 집 안으로 옮겨진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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