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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사위 특혜 의혹 키맨 "이상직이 월급 800만원 맞추라고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10월 16일 당시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10월 16일 당시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석호 "文사위인 줄 몰랐다" 

"(문재인) 대통령 사위라는 건 몰랐어요. (채용 후) 한참 뒤 언론을 보고 알았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씨 취업 특혜 의혹 '키맨'으로 불리는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는 지난 6일 전주지법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배임 혐의 1심 결심 공판 직후 중앙일보 취재진과 만나 "(이상직 전 의원이) 서씨 프로필을 주며 (타이이스타젯 직원으로) 채용하라고 한 건 팩트(사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옆에 있던 변호인도 "곽상도 의원이 문제 삼았을 때 박 대표가 (서씨가 문 대통령 사위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서씨는 2018년 7월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인 타이이스타젯(태국 저가 항공사) 전무로 취업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옛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9년 1월 "2018년 3월 이상직 전 의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이 서씨 채용 대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타이이스타젯 태국 방콕 사무실. 고대훈 기자

타이이스타젯 태국 방콕 사무실. 고대훈 기자

"월급 800만원, 월세 350만원 줘" 

박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사건에서 난 참고인 신분"이라며 "배임 사건으로 (지난 3월 30일) 구속된 뒤 5월에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서씨 채용과 관련해)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대로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는 "저는 (서씨) 가족이 와이프와 아들과 왔다고만 알았다"며 "동반 가족이 누구인지 (타이이스타젯에서) 인사하는 직원에게 서류가 있으면 달라고 했는데 거기에도 (서씨 아내 이름 등 인적 사항이) 자세히 적혀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반 가족 비자 발급을 대행해 준 업체에 문의하니 (문다혜) 이름이 튀어나왔다"며 "그날이 (문 대통령 사위라는 사실을) 안 날"이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서씨 채용 조건과 처우 등을 얘기한 사실도 언급했다. 박 대표는 "월급은 800만원에 맞추라고 했다"며 "직급은 언론에선 전무라고 나오는데 제가 준 건 상무였다. 태국이라는 나라에서 상무라는 직책은 없다. 한국 사람끼리 얘기할 때 '서 상무'라고 했고, (서씨에게) '제임스'라는 영어 명을 줬다"고 했다.

서씨 가족이 태국 방콕에 머물 때 거주한 콘도 렌트비에 대해선 "제 기억으론 월 10만 바트(약 350만원) 정도 줬다"고 했다. "서씨는 타이이스타젯에 최소 1년 이상 근무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다.

2017년 6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이날 일자리위원으로 위촉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전 국회의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6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이날 일자리위원으로 위촉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전 국회의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액 봉급자…구박했다" 

박 대표는 "언론에서 '내가 (서씨를) 구박했다'고 나오는데 실제로도 그랬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 중 하나는 경비를 아껴가는 상황에서 고액 봉급자를 채용하니 처음엔 '이○○ 상무, (이 전 의원) 따님 배우자가 될 사람이 아닌가' 그 정도로 생각했다"며 "항공 노선을 확보한 다음엔 (이스타항공 측에서 타이이스타젯을) 경영할 사람을 나중에 보내는 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800만원이란 월급이 박 대표를 제외한 직원 중 어느 정도 수준이냐'고 묻자 그는 "전 아예 봉급이 1원도 없었다"며 서씨가 당시 일본인 기장(구마다 아키라)을 제외한 직원 중 월급이 가장 많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씨 역할에 대해선 "이스타항공과 업무 협조·연락과 비행기 리스(임대) 관련 업무를 시켰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씨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소벤처기업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전주지검 형사3부는 이날부터 닷새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인사혁신처, 한국벤처투자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씨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소벤처기업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전주지검 형사3부는 이날부터 닷새간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인사혁신처, 한국벤처투자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이상직 징역 7년, 박석호 3년 구형 

한편 검찰은 이날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노종찬) 심리로 열린 이 전 의원과 박 대표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의원에게 징역 7년, 박 대표에게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이들은 2017년 2월부터 5월까지 이스타항공 자금 71억원으로 타이이스타젯을 세워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타이이스타젯 항공기 1대 임대 비용 369억원을 이스타항공이 지급 보증하도록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4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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