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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94" 손편지 꾹꾹…익명의 할머니가 건넨 봉투엔 현금다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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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없이 큰 아이들에게 써달라″ 94세 익명 기부자의 손 편지. 사진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부모님 없이 큰 아이들에게 써달라″ 94세 익명 기부자의 손 편지. 사진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부모님 없이 큰 아이들에게 써주세요. 우리 손자손녀 4남매, 중고(등학교) 때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관악구 소재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남부봉사관 사무실에 들어선 한 할머니는 봉사관 책임자를 찾은 뒤 흰 봉투를 건넸다.

할머니는 신원을 밝히지 않고 곧바로 사무실을 떠났고, 봉투 안에는 현금 1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익명의 기부자가 건넨 봉투 한 면에는 서툰 글씨로 부모 없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써달라는 당부가 쓰여 있었다. 기부금이 "약소"하다며 자신에 대해선 "94세"라고만 소개했다.

남부봉사관 관계자는 7일 "할머니께서 갑작스레 사무실을 찾아와 처음에는 적십자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저희가 해결해드려야 할 민원이 있는 줄 알았다"며 "소중한 기부금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임자인 봉사관장을 찾으신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적십자사 서울지사는 94세 익명 기부자의 뜻을 살려 아동복지시설 퇴소 후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과 위기가정 아동·청소년에 생계·주거비를 전달하는 사업에 기부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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