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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생 먼저"라더니…여야, 또 뒤늦은 예산안 '2+2 협의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야가 각 원내대표를 포함한 ‘2+2 협의체’를 꾸려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돌입했다.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예산안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정치권에선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예산 정국에서도 ‘3+3 협의체’ 구성 이후 예산안 처리까지 18일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 제5회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 시상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 제5회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 시상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송언석·강훈식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최근 ‘2+2 협의체’를 꾸려 예산안 협상에 돌입했다. 법정 처리 시한(매년 12월 2일)을 넘기고도 여야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예산안 협의에 속도를 내기 위한 차원이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예산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무슨 일이 있어도 회기 안에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협의체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22일이나 넘겨 예산안을 늑장처리했던 지난해만큼이나 현재 정국도 경색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야는 처리 시한을 넘긴 12월 6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예결위 간사 등 ‘3+3 예산안 협의체’를 꾸렸으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대립한 끝에 12월 24일에야 예산안 처리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이 변수다. 민주당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오는 8일 쌍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에 민주당이 격하게 반발하면서, 여야간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의원들이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에서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의원들이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탄핵 추진을 문제 삼아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예정됐던 법사위 전체회의를 파행한 것도 지난해와 다른 변수다.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만 500개를 훌쩍 넘는 탓에 여야는 예산안 협상과 법안 협상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양당은 궁여지책으로 이날 각 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민생법안 협의체’를 별도로 발족시켰다. 정치권에선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를 소집하더라도 예산안·민생법안과 쌍특검법·국정조사 3건(양평고속도로·순직 해병 사건·오송 참사)·선거법이 한 데 몰려 아수라장이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는 이날도 ‘남탓 공방’을 이어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뒷전으로 하고 마지막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을 강행처리하고, 임시국회를 열어 정쟁용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민생을 내던지고 12월 내내 정쟁에만 몰두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반면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예산을 통과시키자고 야당이 누누이 계속 이야기하는데, 여당이 오히려 예산 통과에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를 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며 “예산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책임”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정쟁에만 파묻혀 헌법상 의무를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에 민생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걸 다 제끼고서라도 국민이 피땀흘려 낸 세금으로 구성된 예산안은 헌법에 정해놓은 시한 내에 처리했어야 한다”며 “선거로 철저하게 심판해야 유권자 무서운 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의 이해타산에만 골몰하고, 못난이 경쟁하면서 적대적 공생 관계로 결탁한 여야에게 민생은 뒷전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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