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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계적 흐름이 된 비대면 진료, 의료계도 협조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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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휴일·야간 비대면 초진 허용, 환자 선택권 확대

의료계 반발은 설득력 약해…입법화 서둘러야

21세기 정보화 시대가 열린 지 한참이지만 한국이 유독 뒤처진 분야가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다. 관련 기술이 없거나 의료진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의료계 반발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다른 나라들은 한국을 제치고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하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비대면 진료의 대폭 확대를 예고했다. 지난 6월부터 실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후속 보완책이다. 우선 휴일과 야간에 한해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 평일 낮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전국 98개 시·군·구로 늘어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환자의 불편이 컸던 부분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의료단체들은 비대면 진료 확대에 반발한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일방통행식 발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 계획의 철회를 요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적으로 다시 대면 진료로 회귀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만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비대면 진료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이런 식의 주장은 세계적 흐름을 잘못 읽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 외국에서도 대면 진료 비중이 커지고 비대면 진료 비중은 작아지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자체를 제도적으로 원천 봉쇄하는 나라는 드물다.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비대면 진료 관련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가면서 최종 선택은 환자에게 맡겨야 한다. 의료계가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라고 우려하는 의료사고의 위험성은 시범사업을 통해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과거 3년간 1419만 명이 3786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받았지만 정식으로 보고된 의료사고는 극히 드물었다.

국회의 비대면 진료 입법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언제까지나 시범사업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더 늦기 전에 법적 근거를 확실히 해서 본사업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비대면 진료의 허용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져선 곤란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일부 법안은 이런 식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긴커녕 뒤로 후퇴한다면 세계적 ICT의 확대 흐름과는 더욱 멀어질 뿐이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란 점을 명심하고 대승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