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인요한 "이번에 많이 배웠다"…김기현과 17분 비공개 회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김기현(왼쪽)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국회 국민의힘 대표실에서 만나 갈등을 잠정 봉합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왼쪽)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국회 국민의힘 대표실에서 만나 갈등을 잠정 봉합했다. 김성룡 기자

내년 4·10 총선에서 지도부·중진·친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문제로 충돌하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만나 갈등을 잠정 봉합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도 있었던 만큼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준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날 오후 5시 국회 국민의힘 대표실에서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 김 대표는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맡겨달라”고 했고, 인 위원장은 “오늘(6일) 만남을 통해 김 대표의 희생과 혁신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화답했다고 배석한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은 당의 혁신과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걸로 확신한다. (인 위원장의) 공천관리위원장 제안은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충정에서 한 말이라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최고위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공천관리위나 선거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달라”고 인 위원장의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긴 호흡으로 지켜보면 혁신안을 바탕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이기는 국민의힘이 되도록 하겠다. 혁신위 어젠다를 어떻게 스텝 바이 스텝(차례대로) (실천)할 것인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지금까지 혁신위가 절반의 성과를 만들어냈다면 나머지 절반의 성공은 당이 이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정해용 혁신위원은 밝혔다.

17분 정도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 인 위원장은 김 대표에게 그동안 혁신위를 이끌며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고 한다. 인 위원장은 “언론에서는 내가 비대위를 언급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은 절대 없다”고 김 대표에게 강조했다고 정 혁신위원은 전했다. 인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번 일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했다. 정 혁신위원은 “인 위원장이 현실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피력했다”고 했다.

그동안 김 대표와 혁신위는 갈등을 지속해왔다.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 지도부·중진·친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요구 혁신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자 당내에선 “혁신위가 7일 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전격 회동하면서 양측은 일부 접점을 찾은 모양새다. 혁신위는 7일 곧바로 혁신안을 최고위에 넘기는 대신 논의를 거쳐 11일 최고위에 혁신안을 종합 보고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만희 사무총장이 인 위원장을 설득해 일정을 변경하기로 조율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회동 이후 19일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회동은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대표실에 입장하며 인 위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인 위원장은 밝은 미소를 보이긴 했지만 비공개 면담 전 취재진 앞에서 날씨 얘기를 하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김 대표와 달리 “네” 혹은 “감사합니다”와 같은 짧은 답변만 할 뿐이었다. 비공개 면담은 자체도 17분 만에 끝났고, 면담 후에도 서로 악수만 하고 헤어졌다.

국민의힘 내홍의 뇌관이었지만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공개 갈등이 다소 사그라들면서 큰 위기는 넘겼지만 당내에선 “아직 불씨는 살아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7일 혁신위 회의 때 일부 혁신위원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여전히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5일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5일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사진 국민의힘

그러나 전날 윤 대통령과 김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한 뒤 이를 전격 공개하며 “혁신위가 김기현 체제를 뒤집을 동력은 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 모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자처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현 김기현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준 양상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김 대표는 이날 부산을 함께 찾아 식사를 같이 했고, 부산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2시간여 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비공개 오찬 회동 공개로 인 위원장의 활동 폭은 많이 좁아졌다”며 “마땅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위해 김 대표를 찾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혁신위도 곧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다. 회동 종료 후 정 혁신위원은 “혁신위 역할은 이 정도면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곧 활동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