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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확대에…의사들 '진료 보이콧', 환자 단체도 반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15일부터 비대면 진료 이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의료계나 환자 단체 등 관련 업계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진료 거부할 것” 비대면 진료 확대에 의료계 반발

대한개원의협의회는 6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정부가 지난 1일 비대면 진료의 허용 대상을 휴일·야간 환자 등으로 넓히는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내놓자 “사실상 초진(첫 진료) 허용”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6일 오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나라니 만큼 비대면 진료는 폐기해야 한다”며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범사업 참여 거부를 선언하겠다”고 경고했다. 비대면 진료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되는 만큼 이들이 주축인 개원의들의 움직임은 비대면 진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에는 4만 개가 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소속돼있다고 한다.

의료계 다른 단체나 학회도 반대 성명을 연달아 내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소아·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환자에게 휴일·야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발열 등 급성기 증상을 겪는 소아는 문진만으로 원인 확인이 어려워 대면 진료가 필수적”이라며 “비대면 진료 때 오진 등으로 소아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의협 내부에서는 “진료 보이콧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보완방안을 반대하고 있어 확대 의미가 없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약 배송 없으면 무용지물” 불만도 

지난 5월 말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취재진에게 비대면진료가 시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말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취재진에게 비대면진료가 시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비대면 진료 대상 확대를 주장해온 플랫폼 업계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비대면 진료 연장선에 있는 약 배송이 여전히 허용되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감기·소화불량 등 경증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약을 빨리 먹어 증상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찾기 때문에 약 배송이 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용이 크게 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 ‘닥터나우’ 관계자는 “보완방안이 시작되는 15일이 돼봐야 현황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닥터나우에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각각 1500여개씩 입점해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의사나 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비대면 진료에 참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 단체 등도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의·약계는 안전성 우려를, 시민단체는 불필요한 의료 남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비대면 진료로 비급여 의약품인 탈모·여드름·다이어트 약에 대한 처방이 가능해 약 오·남용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민주노총·한국노총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전날(5일) “원격의료 플랫폼 업체의 돈벌이를 위해 초진을 대폭 허용하는 비대면 진료는 환자 의료비와 건강보험 지출만 증가시킬 것”이라며 “시범사업 확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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