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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에 시계 뿌린 김정은 눈물…그 뒤엔 '생모 컴플렉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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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년 만에 열린 '어머니 대회'의 개·폐막식에 이틀 연속 참석한 데 이어 측근을 통해 선물 증정 행사까지 열었다. '모성'을 동원해 사회 기강을 잡겠다는 구상인데, 이와 맞물려 김정은 자신의 '친모 콤플렉스'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전날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선물 전달 모임이 열렸다면서 "김정은 동지의 하늘같은 은덕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들이 터치는 고마움의 목소리가 장내를 격동시켰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전날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선물 전달 모임이 열렸다면서 "김정은 동지의 하늘같은 은덕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들이 터치는 고마움의 목소리가 장내를 격동시켰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이틀 연설 이어 선물까지 

6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선물을 전달하는 모임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대신 이일환 당 중앙위 비서 등 그의 측근이 참석했다. 이 비서는 전달사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대회 참가자들이 한 가정의 며느리, 아내이며 어머니들이라는 것을 헤아리시어 선물의 품종과 가짓수를 기호에 맞게 선정하도록 일일시 가르쳐주셨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선물의 목록이나 수령인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통신은 "선물 명세가 참가자들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이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충성심을 높이기 위해 펼치던 통치 전략 중 하나인 '선물 정치'를 이제 일반 인민을 상대로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0월 "김정은이 각별히 총애하거나 군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간부에게 고급 차량을 하사하고, 김씨 일가 생일이나 당 대회 등 계기에 행사 선물로 오메가 같은 스위스제 시계나 최신 휴대용 전자제품을 지급한다"며 "김정은 일가를 위해 도입된 사치품이 연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어머니들과 손을 맞잡은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어머니들과 손을 맞잡은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친모 정통성' 시달려와 

김정은이 선물까지 뿌리며 연일 어머니를 앞세우는 가운데 한때 정통성 논란까지 일었던 김정은의 친모와 관련한 배경도 다시 주목된다. 김정은의 친모는 재일교포 출신의 고용희다. 고용희는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시절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을 만나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을 차례로 낳았다. 김정일의 생전 여인으로는 성혜림, 김영숙, 고용희, 김옥 등 네 명이 꼽히는데 이중 공식적으로 결혼한 여성은 김영숙뿐이다.

이처럼 김정은은 북한 핵심 계층 사이에서 한때 '원산댁'으로 불리기도 했던 셋째 부인 고용희의 아들이기 때문에 은둔의 유년기를 보냈다. 김정은이 집권 직후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철권 통치를 벌인 것도 정통성이 의심받는 가운데 잠재적 위협 인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017년에는 김정일의 첫째 부인인 성혜림의 아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는데, 배후는 김정은 정권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의 모습. 군복 차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김 위원장을 고용희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모인 고용희의 모습. 군복 차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김 위원장을 고용희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연합뉴스.

최근 몇 년 간 공개적으로 김정은이 자신의 부인인 이설주와 공개 석상에 부부동반으로 자주 등장하고, 지난해부터는 딸 김주애를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자신의 어머니와 연관된 여러 구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실의 아들'이 아니라서 사실상 숨어 지내야 했던 자신의 콤플렉스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어머니 대회에서 김정은이 울음까지 터트린 것도 어머니와 여성의 역할을 극적으로 부각하고 출산을 독려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는 해석과 함께 어머니를 둘러싼 김정은의 개인사와 연관해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어머니에 '기강 확립' 주문 

김정은의 어머니 치켜세우기는 외부 문화 확산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김정은은 지난 4일 어머니대회 폐막식에서 "어머니들이 합세해야 사회적 이색 현상을 완전히 소거할 수 있다"며 "어머니들은 자녀들을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의 역군으로 키워야 할 무거운 임무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그러면서 "어떤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우리 식이 아닌 언행을 뻔히 보면서도 내버려 두고 있다. 또 어떤 어머니들은 자식들에게 별난 옷을 입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은이 '어떤 어머니들'이라는 표현을 빌려 지적한 '이색 현상'과 '별난 옷'은 모두 외부 문화, 특히 한국식 말투나 옷차림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가정에서부터 이를 단속하라는 취지로, 외부 문화 확산에 대한 경계심을 또 드러낸 셈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가정에서부터 깊숙하게 사회 통제를 하기 위해 어머니의 역할을 당부한 것"이라며 "궁극적 목표는 당의 정책을 일사불란하게 관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딸 김주애와 함께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딸 김주애와 함께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무엇보다 김정은의 어머니 띄우기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는 저출산 문제 극복이 꼽힌다. 김정은은 지난 3일 어머니대회 개막 때부터 "출생률 감소를 막자"고 강조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주요 치적 사업이나 외화벌이의 핵심인 노동자 송출 과정이 차질을 빚는 것을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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