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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로' 명칭 변경, 70% 반대?…주민들 "통장이 유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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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남구가 진행한 ‘정율성로(路)’ 명칭 변경 주민 설문조사를 두고 시끄럽다. 일부 주민이 "조사가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해서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도로명 표지판. 국가보훈부는 지난 10월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을 광주시와 남구 등에 권고했다. [연합뉴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도로명 표지판. 국가보훈부는 지난 10월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을 광주시와 남구 등에 권고했다. [연합뉴스]

주민 70% 이상 ‘명칭 변경 반대’

6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남구는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정율성로 도로명 내 거주 중인 양림동 1013세대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737세대가 참여, 562세대(76.3%)가 명칭 변경을 반대하고 175세대(26.6%)가 찬성했다고 남구측은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국가보훈부가 광주시와 남구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 데 이어, 행정안전부도 정율성로 명칭 변경을 권고하자 실시됐다. 정율성 사업에 대한 정부의 시정 권고는 해당 시설이 있거나 계획 중인 광주시, 광주 동구와 광주 남구, 전남 화순군, 전남 화순교육청 등에 내려졌다.

이에 광주 남구는 훼손된 정율성흉상 복원, 정율성로 명칭 변경, 정율성기념관 등 3가지 사업 추진 여부를 여론 조사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남구 관계자는 “주민 투표 결과 다수 의견이 변경을 반대한 만큼 남구가 직권으로 도로명을 변경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 전시관 방명록에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글귀가 빼곡히 적혀있다. 황희규 기자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 전시관 방명록에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글귀가 빼곡히 적혀있다. 황희규 기자

“대놓고 반대 유도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설문지에는 이름과 주소를 적고 도로명 명칭 변경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조사는 세대 우편함에 발송된 설문지를 아파트 관리자가 취합해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는 방식과 통장이 집에 찾아가 설문지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설문지 회수를 위해 찾은 통장이 반대를 유도했다’는 취지로 국민신문고를 통해 광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민원인은 “통장이 설문지를 본 뒤 ‘다른 주민은 반대했는데, 왜 찬성했냐’고 말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특히 설문지에 이름과 주소를 기재한 것에 대해 “익명성도 보장되지 않아 혹시라도 노출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걱정했다. 이에 남구 관계자는 “광주시로부터 민원 내용을 받아 사실관계 등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주변 해체 작업을 모두 마친 뒤 착공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주변 해체 작업을 모두 마친 뒤 착공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정율성 역사공원도 예정대로 

한편 광주시는 보훈부 권고 당시 ‘불수용’ 성명을 낸 뒤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48억원을 들여 광주 동구 정율성 생가를 조성한다. 현재 생가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을 마쳤고, 조만간 착공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장에 컨테이너 등 자재를 쌓아둔 상태다. 다음 주께 착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율성이 다녔던 학교가 있는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는 전시관, 능주초등학교에는 흉상과 벽화 등이 있다. 정율성 흉상은 2008년 화순군이 능주초 100주년을 맞아 정율성 흉상 건립을 제안하면서 세웠다. 정율성은 1923년 2학년까지 능주초를 다녔다.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의 모습. 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의 모습. 연합뉴스

당시 화순군이 지원한 2000만원으로 흉상을 세웠고, 2017년에는 가로 10m, 세로 11m 규모 정율성 타일벽화와 정율성 교실도 만들었다. 논란이 일자 지난 10월 능주초등학교는 화순군에 흉상 철거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 화순군 관계자는 "화순교육지원청과 함께 교직원과 학부모·주민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철거 여부를 정하겠다"라고 전했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장 김원봉이 난징에 세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다녔다.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팔로군행진곡)을 작곡했다. 이 노래는 1950년 11월 중공군이 한국전에 개입하면서 가장 많이 부른 노래로 알려져 있다. 정율성은 해방 이후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협주단장 등으로 활동했고, 1949년엔 북한 군가인 ‘조선인민군 행진곡’도 작곡했다.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의 모습. 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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