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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 "능주초, 정율성 시설물 철거 요청 반영할듯"...광주시와 엇박자

중앙일보

입력

전남 화순군이 능주초등학교에 설치한 정율성 기념 시설물 철거를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 건물 벽면에 조성된 정율성 벽화의 모습. 연합뉴스

11일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 건물 벽면에 조성된 정율성 벽화의 모습. 연합뉴스

화순군 핵심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에 “학교 측이 자신들의 시설에 대해 철거를 요청한 만큼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학교 요청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보훈부가 철거 권고를 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능주초 인근에 조성된 정율성 전시관(고향집) 철거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철거하려면) 사업비를 지원한 문체부 등과 먼저 협의를 해야 한다”며 “철거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은 없는지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화순군의 이 같은 입장은 이날 능주초 서재숙 교장이 교육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서 교장은 이날 “화순군에 철거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했고, 행정절차에 의해 철거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보훈부는 그간 광주시와 화순군에서 추진했던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이미 설치된 흉상 등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 남침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념사업 중단)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같은 법 제188조에 따라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방자치법 188조에 따르면 자치단체장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시·도에 대해서는 주무부 장관이, 시·군·자치구에 대해서는 시·도 지사가 기간을 정해 시정을 명할 수 있다. 이행하지 않을 시 취소·정지도 가능하다.

이에 광주시는 보훈부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내고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해 온 한중 우호 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 정율성 생가터 복원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해 지혜롭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율성은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때 항일운동을 하러 중국으로 건너갔다. 일본인들의 전화를 감청하며 항일운동에 뛰어든 그는 소련 출신 크리노와 교수를 소개받으면서 음악에 몰두하게 됐다. 이후 중국 3대 작곡가로 거듭났으나, 그가 만든 군가가 6·25전쟁 당시 중국군과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는 데 쓰였다는 사실이 후대에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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