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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오찬' 전격공개…與 "미묘한 시기, 김기현에 힘 실어줬다"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당 4역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사진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당 4역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사진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5일 비공개 오찬을 한 뒤 회동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이 내년 4·10 총선을 김기현 대표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후 12시 1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간 비공개 오찬 회동이 있었다”며 “어려운 민생을 챙기도록 정책·예산 등 모든 분야에서 당과 대통령실 간 원활한 소통 체계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정책실장을 비롯해 한오섭(정무)·황상무(시민사회)·이도운(홍보)·박춘섭(경제)·장상윤(사회) 수석 등 전날 임명된 신임 수석이 전원 참석했다. 당에선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4역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김기현 2기 체제’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 10월 18일 이후 한 달 반 만이었다. 이날 회동이 주목받은 건 김기현 체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던 상황에서 오찬이 진행됐고, 또 공개적으로 브리핑까지 이뤄졌다는 점이다. 최근 김 대표는 지도부·중진·친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요구하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 이러한 혁신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자 당내에선 “혁신위가 7일 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미묘한 시기에 오찬 사실을 공개한 것 자체가 여당 지도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재확인됐다고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봤다. 김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만나면 3~4시간씩 이야기하고, 하루에 3~4번 통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며 윤 대통령과의 변함 없는 관계를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이 브리핑에서 전한 윤 대통령의 발언도 ‘현 지도부의 지속’을 전제로 한 내용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은 오찬 자리에서 “예산과 민생 법안과 관련해 야당에 협조를 구해달라”고 당부했고, 참석자들은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북항 개발 ▶글로벌 국제허브 도시 특별법 제정 등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후속 조치도 함께 논의했다고 이 사무총장은 전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오찬 회동 이전부터 여권에선 이미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던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달 30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셀프 공천관리위원장 추천’ 발언 이후 당내에선 “혁신위 동력이 소진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혁신위를 향한 공개 비판도 부쩍 늘었다.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5일 MBC 라디오에서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는 공천과 희생 관련 부분을 너무 일찍 터뜨리며 혁신위가 과속을 했다”며 “그 이슈에 너무 오랫동안 매몰되며 혁신위의 본래 역할이 퇴색됐다”고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진의 희생은 최고위에서 의결할 경우 (법원의) 가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전날 개각 발표를 통해 “김기현 체제가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진단도 있었다. 당초 입각이 유력했던 국민통합위원들이 개각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고 알려져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경우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비대위로 전환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평가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 비대위 들어서면 비대위원장을 누가 할 것이냐를 놓고 또 시끄러울 것 아니냐”며 “1~2주 뒤에 공관위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결국 총선 채비만 늦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도 “국회 상황이 정리되면 공관위와 선대위가 뜰 것”이라며 “이 사이에 비대위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논리 구조가 튀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김기현 대표 역시 최근 공관위원장 임명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도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라”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고) 그 과정도 매우 공정하고 객관적이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대표 체제가 유지될수록 역으로 김 대표가 험지 출마나 불출마 결단을 앞당길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혁신위의 혁신안을 내치는 모양새가 되면 안 될 것”이라며 “김 대표가 혁신안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모양새로 상황이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르면 6일 오후 인 위원장과 만나 갈등 상황을 봉합하고 통합의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에선 2020년 총선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처럼 김 대표 본인이 희생을 통해 물갈이 공천의 물꼬를 트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당의 간판 스타를 앞세워 총선을 치르는 이른바 ‘이해찬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한 장관과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며 한 장관과의 물밑 조율을 암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장관은 6일 이민청 신설 관련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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