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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무차별 성범죄…입막음하려 여성인질 석방 안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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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여성들의 사진과 “유엔 여성기구들의 침묵이 오히려 큰 소리를 낸다”는 글이 적힌 포스터를 들고 있다.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당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AF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여성들의 사진과 “유엔 여성기구들의 침묵이 오히려 큰 소리를 낸다”는 글이 적힌 포스터를 들고 있다.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당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당시 무차별적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여성·남성 가릴 것 없이 성폭행을 저지르고, 저항하는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BBC·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이 현재까지 하마스가 일으킨 성범죄와 관련해 수집한 증언은 1500여 건이다. 이스라엘 당국과 인권단체들은 ‘10·7 습격’ 당시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성범죄 등 잔혹 행위는 다른 무장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관련 수사를 한 이스라엘 경찰은 “남성과 여성 수십 명이 하마스 대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메니 비냐민 국제범죄수사국장은 NYT에 “우리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와 폭력적인 강간 범죄들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상대로 수십 차례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존자, 군인, 응급의료 대원의 증언을 근거로 내세웠다.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 등 1차 증거는 아직 없다. 교전 과정에서 범죄 현장이 훼손되고 성폭행 피해자 대부분이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인권단체는 생존자 목격담과 피해자 시신 부검 결과 등 2차 증거를 속속 공개하고 있다. 하마스 기습 공격 당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 근교에서 열린 음악축제에 참석했다가 학살 현장을 목격한 생존자 요니 사돈은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한 여성이 8~10명의 하마스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집단 구타와 성폭행을 당한 후 총살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하마스에 납치됐다 4일 풀려나 텔아비브 인근 헤르츠리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남매. [AFP=연합뉴스]

하마스에 납치됐다 4일 풀려나 텔아비브 인근 헤르츠리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남매. [AFP=연합뉴스]

미국과 유엔도 하마스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 “하마스가 저지른 성범죄에 관한 보고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며 “임시 휴전 협정이 결렬된 것은 여성들이 구금 기간 그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발설하는 것을 (하마스가) 원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X(옛 트위터)에 “하마스가 자행한 끔찍한 테러 행위 중 성폭력에 대한 수많은 혐의가 있어 강력하게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여성기구는 지난 1일 “모든 종류의 성폭력이 조사되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하마스의 성범죄를 포함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발생한 전쟁범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가자지구 내 촘촘하게 뻗어있는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바닷물로 침수시켜 무력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중순 가자지구 알샤티 난민 캠프에서 북쪽으로 1.6㎞ 떨어진 지역에서 대형 해수 펌프 조립을 마쳤다. 최소 5개의 펌프로 지중해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시간당 수백만 리터를 하마스 터널 내로 유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지하를 해수로 채우면 가자지구 내 지하수를 오염시켜 민간인들의 식수 공급을 악화하거나 지반을 약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아직 구출되지 못한 인질들이 수몰될 가능성도 있다. 하마스는 최근 휴전 기간 인질을 100명 넘게 석방했지만, 아직 150명 넘는 인원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이 ‘가자 메트로(Gaza metro)’라고 부르는 이 터널은 하마스가 무기 전달과 이동 경로 등으로 이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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