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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문서 못쓴 용적률, 강남 판다? 서울, 美·日식 '거래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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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으로 인해 주변 남대문시장 건축은 3층 높이 제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숭례문으로 인해 주변 남대문시장 건축은 3층 높이 제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역사문화재개발규제 등으로 쓰지 못한 건물의 용적률을 다른 건물·지역에 팔 수 있도록 하는 ‘용적(률)이양제’(일명 TDR·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 도입 검토에 나섰다.

서울시, 내년 2월 관련 용역 발주예정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도심재개발 활력 제고를 위한 용적거래 실행모델 개발 용역’을 내년 2월께 발주할 예정이다. 용역비 3억원은 내년도 본예산 안에 편성했다. 시는 용역을 통해 실제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곳을 찾고, 용적률 가치나 거래 방식을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TDR이 도입되면, 문화재나 자연경관 보전지구처럼 규제에 가로막혀 개발하지 못한 건물 용적률을 다른 건물·지역에 넘김으로써 민간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바닥면적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00㎡ 넓이 땅에 용적률 500%를 적용하면 바닥면적 500㎡짜리 건물을 10층까지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규제로 용적률 250%까지만 허용된다면, 나머지 250%를 일정한 대가를 받고 넘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용적률을 팔아 개발비에 보탤 수 있고, 사는 쪽은 건물을 더 올려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역 주변 모습. 대표적인 TDR개발사례다. 중앙포토

미국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역 주변 모습. 대표적인 TDR개발사례다. 중앙포토

서울에는 부동산 국가지정문화재 총 982개 가운데 237개(24.1%)가 몰려 있다. 이들 문화재 주변은 건축물 높이 규제를 받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 많다. 특히 사대문 안에 절반에 달하는 113개가 밀집해있다. 이와 관련, 오세훈 시장은 지난 6월 일본 도쿄와 9월 미국 뉴욕에서 용적이양제사례를 본 뒤 서울에 적합한 도입 방안을 지시했다.

美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 개발사례 

미국은 뉴욕 맨해튼 그랜드 센트럴 역 주변 개발에 TDR을 도입했다. 1913년 지은 그랜드 센트럴 역은 ‘역사보존법’으로 지정된 문화재다. 과거 기차 수요가 급감해 토지주를 중심으로 재개발이 추진된 적 있는데 역사보전위원회가 증축을 불허했다. 이후 팬암항공이 그랜드 센트럴 역 위 ‘공중권’(용적률)을 사들여 1963년 역 옆에 59층(높이 246m)짜리 마천루를 올렸다.

일본은 도쿄 역사 인근 저층부 건물 높이를 기존 31m로 유지하면서 역사 뒤로 고층 복합개발을 추진했다.

실제 시장에 적용하기엔...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벌써 시장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이미 2016년 비슷한 개념인 ‘결합 건축제’가 시행 중이다. 일정 거리 안에 있는 토지·건축주끼리 서로 합의해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거래 가능지역이 상업지역 등 제한적인 데다 용적률은 건물값·땅값과 달리 가치 평가 기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거래도 쉽지 않다. 이에 결합 건축제에 대한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용적이양제를 도입하더라도 어느 정도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서울 내 남은 용적률을 구매해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 개발수요가 높은 강남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진대 백인길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서울시가 용적이양제를 도입해도) 아마 아무 데나 팔 수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다른 대지나 권역이 주어질 거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 남는 용적률을 서울과 거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땅값만 올리고 개발은 어렵게 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강훈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는 “용적률 거래로 (재개발·재건축 때) 개발비용이 뛸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오히려 도시개발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용적거래 대상 지역이나 용적가치 산정방안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진 게 없다”며 “내년 발주할 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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