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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 사라진 자리 크리스마스 마켓…벌써 1만 명 몰려간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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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어디로 가볼까”

캐럴은 사라졌지만, 조명은 한층 화려해졌다. 연말을 맞은 요즘 길거리 풍경 얘기다. 몇 해 전부터 백화점 등 유통사들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더니, 연말 길거리가 온통 매혹적인 조명으로 가득하다. 다만 최근에는 대형 트리와 조명 등으로 ‘인증샷’ 명소가 되는 것을 넘어서 마켓(시장)·상점가 등을 조성한 체험형 명소가 주목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었다. 사진 시몬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었다. 사진 시몬스

마켓 만든 시몬스, 이천까지 원정 간다

지난 1일 찾은 경기도 이천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6개의 대형 트리 사이로 인증 샷을 찍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시몬스 테라스는 지난 2018년부터 연말이면 너른 잔디 마당에 8m 트리를 세워 장식해왔다. 덕분에 서울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지만, 연말을 맞아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이들이 시간을 내 찾는 연말연시 명소가 됐다. 올해 1월 티맵(Tmap) 기준 수도권 복합문화공간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한 장소로 기록됐을 정도다.

8m 대형 트리를 6개 설치해 경기도의 연말 인증샷 성지가 됐다. 사진 시몬스

8m 대형 트리를 6개 설치해 경기도의 연말 인증샷 성지가 됐다. 사진 시몬스

올해는 대형 트리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마켓’을 콘셉트로 문화행사를 기획해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더했다. 복합문화공간 지하 1층에 마련된 마켓에는 이천 지역 상인들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유명 업체들이 참여했다. 이천 지역 딸기 농가 ‘누리농장’이 붉은색 딸기 상자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북돋우는가 하면, 지역 꽃집 ‘오뜨플로르’는 오너먼트와 식물 트리를 판매했다. 이밖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의 굿즈,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니블스’의 수제 초콜릿, 빈티지 패션 편집숍 ‘수박 빈티지’의 의류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올해는 인근 지역 상인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을 기획했다. 오는 8~10일 주말에도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사진 시몬스

올해는 인근 지역 상인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을 기획했다. 오는 8~10일 주말에도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사진 시몬스

크리스마스 카드 쓰기 등 체험 거리도 풍성했다. 필기구 업체 ‘파이롯트’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제공, 원하는 사람에게 카드를 쓴 후 보내주는 이벤트를 펼쳤다.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부스와 타로 점을 볼 수 있는 부스는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였다. 시몬스 침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1~3일 주말 3일간 약 1만 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시몬스 테라스 크리스마스 마켓은 오는 8~10일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유럽풍 골목 만들고, 600평 상점 세우고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 안에 대형 트리와 함께 크리스마스 상점가 골목을 만들었다. 다음 달 25일까지 ‘해리의 꿈의 상점’이라는 주제로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H빌리지’를 운영하면서다. 연말 분위기를 물신 느낄 수 있어 매일 오전 수백 명의 ‘오픈런(문이 열릴 때까지 대기했다가 입장)’ 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다. 11m 높이 대형 트리와 화려한 조명이 켜진 것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올해는 16개의 상점과 시장이 조성돼 각종 크리스마스 물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9일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마련된 'H빌리지' 전경.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유럽 작은 공방들이 모여 있는 이국적인 골목길을 재현했다. 사진 뉴스1

지난달 9일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마련된 'H빌리지' 전경.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유럽 작은 공방들이 모여 있는 이국적인 골목길을 재현했다. 사진 뉴스1

그런가 하면 유럽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형 크리스마스 마켓이 조성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롯데월드몰 1층 아레나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약 1983㎡(600평)의 부지에 설치된 마켓에서는 25개 브랜드가 2000여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트리를 장식할 수 있는 오너먼트를 비롯해 오르골·조명·카드·소품 등을 판매하고, 연말 홈파티에 필수인 디저트·쿠키·와인 등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아레나 광장에 600평 규모의 대형 크리스마스 마켓을 조성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아레나 광장에 600평 규모의 대형 크리스마스 마켓을 조성했다. 사진 롯데쇼핑

목적은 ‘체류 시간’ 늘리기, 착한 메시지 넣기도

유통가 크리스마스 장식 경쟁은 팬데믹을 거치며 한층 격화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기간 외출이 어렵고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게 되자 오히려 백화점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서울 충무로 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 파사드의 ‘매지컬 홀리데이(magical holiday)’ 영상은 이를 촬영하려는 인파가 몰리며 화제가 됐다.

이후 크리스마스 장식의 ‘집객’ 효과가 입증되면서 오프라인 유통가의 연말이 한층 분주해지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연말연시 선물 수요 등이 겹치면서 크리스마스 장식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성수기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 파사드 전경. 올해 미디어 파사드는 375만 개의 LED칩을 사용, 외벽 전체가 63x18m 크기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탈바꿈했다. 사진 뉴스1

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 파사드 전경. 올해 미디어 파사드는 375만 개의 LED칩을 사용, 외벽 전체가 63x18m 크기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탈바꿈했다. 사진 뉴스1

올해는 이런 크리스마스 장식을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체험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목적은 방문 고객의 체류 시간 늘리기. 과거와 달리 사진만 찍고 가는 단순 ‘인증샷’ 성지가 아니라 편지를 쓰거나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경험 거리를 더하는 경우가 많다.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넣어 오프라인 고객들을 오래도록 머물게 하려는 전략이다.

시몬스 테라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적고 있는 방문객들. 사진 시몬스

시몬스 테라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적고 있는 방문객들. 사진 시몬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에 기업들의 착한 메시지를 넣기도 한다. 시몬스 침대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지역 상생 테마를 녹였다. 지역 농가나 상인들의 참여를 끌어냈을 뿐 아니라 시몬스 테라스 인근에서 고구마·어묵·호떡 등을 팔던 상인을 마켓으로 영입해 푸드 트럭 존을 만들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본점 미디어 파사드 제작에 지난해 썼던 약 350만개의 LED 칩을 재사용하고 철골 구조물도 재활용했다고 강조했다. 김성준 시몬스 침대 부사장은 “시몬스 테라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접점을 만드는 역할뿐 아니라 지역 농가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 ESG 활동도 포함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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