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성·전문가 장관 발탁, 미션은 경제 챙기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경제 부처 중심으로 장관 6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 9월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 후 약 3개월 만의 중폭 개각이다.

윤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을 각각 지명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는 송미령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는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을 지명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각을 발표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후보자 면면을 보면 보훈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5명이 경제 관계부처 장관 후보자로, 관료와 학계 인사를 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장관 후보자 6명 중 절반인 3명이 여성인 점도 눈에 띈다. 연령별로는 1970년대(강도형)와 1950년대생(강정애)이 1명씩이고 나머지는 1960년대생이다.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최상목 후보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1963년생 서울 출신으로 오산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등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간사로 발탁됐으며 이후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일했다.

송미령 첫 여성 농식품장관, 국토 박상우 10년 만에 내부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정책실장·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복두규 인사기획관, 김용현 경호처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대기 비서실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이도운 홍보·박춘섭 경제수석, 윤 대통령, 이관섭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황상무 시민사회·장상윤 사회수석,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정책실장·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복두규 인사기획관, 김용현 경호처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대기 비서실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이도운 홍보·박춘섭 경제수석, 윤 대통령, 이관섭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황상무 시민사회·장상윤 사회수석,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현동 기자

김 비서실장은 “경제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가진 경제정책 최고 전문가”라며 “물가·고용 등 당면한 경제 민생을 챙기며 우리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들을 만나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지명받게 되어 임중도원(任重道遠·맡겨진 일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임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상우 후보자도 정통 관료 출신이다. 박 후보자가 임명되면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 때 권도엽 전 장관 이후 10년9개월 만에 내부 출신 장관을 맞이하게 된다. 1961년생 부산 출신인 박 후보자는 27회 행정고시를 거쳐 국토부 건설정책관,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12년 주택토지실장으로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적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주택 3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LH 사장도 역임해 LH 개혁에 적임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대통령실은 “국민 주거 안정과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부 장관에 지명된 강정애 후보자는 참전용사의 딸이자 독립운동가의 손자며느리다. 부친(강갑신)은 6·25 참전용사로 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이고, 시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50사단장인 백인(百忍) 권준 장군이다. 강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장관이 되면 피우진 전 보훈처장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수장이 된다. 강 후보자는 “독립과 호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빛나게 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과 주베트남 대사 등을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인 까닭에 ‘깜짝 카드’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임명된다면 2017년 7월 중기‘부’로 승격된 이후 첫 외교관 출신 장관이다. 1988년 외무고시(22회) 합격 후 외교부 주유엔 차석대사, 다자외교조정관 등 주로 다자외교 분야에서 이력을 쌓았다. 인수위에서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제외교 전문가로서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오 후보자는 “발로 뛰면서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송미령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쳐 장관이 되면 농식품부 첫 여성 수장이 된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농촌경제연구원에 입사해 현재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송 후보자는 도시·농촌 상생모델과 국토 균형발전 등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해 와, 농촌지역 개발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1970년 제주 출생으로 인하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제주대에서 해양생물학 석·박사를 취득했으며, 기간제 연구원을 거쳐 2006년 한국해양연구원(현 KIOST) 책임연구원으로 정식 입사했다. 이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제주특성연구센터장, 제주연구소장 등 KIOST 내 주요 보직을 거쳤다. 강 후보자는 “우리 연안 경제와 지역 주민의 활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교체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원희룡 국토부·박민식 보훈부·이영 중기부·정황근 농식품부·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모두 내년 총선에 출마할 전망이다.

이날 발표는 윤석열 정부 2기 내각 출범을 위한 순차 개각의 스타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주 추가 개각 발표가 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있을 인선도 관심사인데 공석인 방송통신위원장에는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금융위원장에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내정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는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가 유력하다. 총선 출마가 유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후임 인선 작업은 연말 ‘원포인트’로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여성인 이노공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길태기·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이 검증 대상에 포함됐다. 두 달 전 임명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번에 바뀔 가능성이 있다.

외교·안보라인에선 공석인 국가정보원장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부상한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검증이 마무리되어 가는 만큼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외교부 장관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박진 장관의 교체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후임으로 조태열 전 2차관·안호영 전 차관을 비롯해 이정민 전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이신화 고려대 정외과 교수 등이 검토되고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개각을 “총선 출마자들이 도망친 자리를 채우는 ‘도주 개각’”이라며 “경질했어야 마땅한 사람들을 자신의 친위대로 총선에 내보내겠다고 판을 깔아준 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