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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서 쉬고 주중 서울 출근…속초 ‘워케이션 수도’선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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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서모(45)씨는 매달 한 차례씩 강원 동해안에 머물며 워케이션(Workation)을 한다.

바다 낚시가 취미인데 낮에는 일을 하고 밤이 되면 바다로 나가 붕장어를 잡는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은 삼척과 강릉에서 워케이션을 즐겼다. 방파제에 텐트와 난로를 설치한 뒤 어묵탕을 끓여 먹으며 밤새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서씨는 “노트북만 있으면 업무 처리가 가능해 얼마 전부터 워케이션을 자주 한다”며 “퇴근 후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취미 생활도 즐긴다” 말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산과 해변 등 휴가지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새로운 근무·여행 형태를 말한다.

전국 자치단체가 ‘워케이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광 활성화와 생활인구 증가 등의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주요 관광 도시를 중심으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강원 속초시는 지난달 27일 ‘글로벌 워케이션 수도’ 선포식을 열고 휴양형 대표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속초시는 올해 강원특별자치도 내 워케이션 인식조사에서 선호 지역 1위로 꼽혔다.

강원관광재단과 서울경제진흥원이 공동 진행한 올해 속초 워케이션 운영실적을 보면 117개 기업, 연인원 2만622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속초시는 호텔과 리조트가 많은 강점을 살려 나 홀로형, 동료와 함께형, 가족형 등 참가 유형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3년 뒤 고속철도가 개통하면 수도권과 1시간대로 가까워진다. 앞으로 속초에서 일하면서 서울로 출장가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며 “속초에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수도권으로 가는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워케이션 선호지역은 대부분 바다와 접한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11월 전국 직장인 11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들이 원하는 워케이션 지역은 제주(32%)가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20%), 서울(19%), 부산(14%), 경기(6%) 등 순이었다.

선호하는 형태는 산과 바다 등 휴양지에서 일하고 퇴근 후 휴식을 취하는 ‘휴양형(지역 체류형)’이 74.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도심 호텔에서 부대 서비스를 즐기며 휴식하는 ‘도심형’이 21.2%로 집계됐다.

올해 제주에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에 참여한 사람도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는 민간 워케이션 바우처 지원사업 운영업체인 민간 오피스 시설 16곳을 통해 워케이션 참여 인원을 파악한 결과 제주도 외 기업 임직원 9760명이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은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인 동구·서구·영도구 등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거점센터 1곳과 위성센터 3곳을 열었다. 대도시 기반 시설과 해양 관광 자원을 갖춘 강점을 살려 일과 휴양을 위한 체류 인구를 사로잡는 게 목표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워케이션이라는 새로운 근로문화가 지역관광 활성화·생활인구 유입 등 지역경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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