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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가 혁신 대상 됐다"…인요한 '중진 희생안' 상정 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지도부·친윤·중진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불발됐다. 인 위원장이 최후통첩일로 제시한 이날까지도 지도부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면서 혁신위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는 혁신안이 회의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안건은 최고위에 보고되지 않았다”며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 혁신위 안건이 왜 안 왔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안건 보고 요청이 없었다는 (이만희) 사무총장의 답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혁신위가 (혁신안을) 어떤 형태로 보고할지 정리해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혁신위의) 보고 요청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신환 혁신위원은 곧장 공지를 통해 “혁신안을 당으로 넘겼다”며 “‘혁신위가 최고위에 안건 상정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어제(3일) 당 기조국에 월요일(5일) 최고위에 안건이 상정되는지, 누가 보고를 해야 하는지 의논하니 ‘향후 혁신위 안건 모두를 모아서 상정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며 “다시 7일 목요일 최고위에 상정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혁신안의 최고위 상정을 두고 지도부와 혁신위 간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와 윤재옥 원내대표(왼쪽)가 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와 윤재옥 원내대표(왼쪽)가 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부와 혁신위 사이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혁신위는 이날 오후 9시 예정됐던 온라인 회의를 취소했다. 익명을 요청한 혁신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회의 안건은 온라인 회의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 일정을 변경하겠다는 공지가 어제(3일) 왔다”며 “7일 진행될 최고위에서 당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낼지 지켜본 뒤 혁신위 향후 행보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안건을 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혁신위 조기 해체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권고에 대해선 혁신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큰 상황이다. 그는 “혁신위 마지막 안건으로 ‘비대위 전환’을 던지고 조기 해체를 통해 당을 압박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혁신위원도 “7일 회의에서 비대위 전환 안건이 논의된다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공개적으로도 비판할 것”이라고 했다.

혁신위가 외우내환(外憂內患)에 시달리는 모양새가 되면서 당내에선 “혁신위의 동력이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선 의원은 “혁신위가 줄곧 당 내부 체계를 무시하며 무리한 요구를 밀어붙여 초반에 있었던 동력을 다 잃었다”며 “의원들 사이에선 ‘혁신위가 혁신 대상이 됐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온다”고 했다.

혁신위를 향한 공개적 비판도 늘고 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4일 CBS 라디오에서 “누군가의 정치 생명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3분 카레 즉석 요리처럼 바로 뚝딱 답이 나오길 바라는 것보다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태영호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그 어느 위원회도 지도부와의 관계에서 점령군 행세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이날 “혁신위의 역할과 공천관리위원회, 총선기획단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며 “중진 용퇴를 주장하는 혁신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최고위가)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달라는 것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인요한 혁신위의 동력 상실엔 인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저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여권에선 “자리를 탐낸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발언 이후 혁신위에 대한 당내 평가가 부정적으로 변했다”며 “혁신위 요구에 호응하던 이들도 곤란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 발언을 하던 지난달 30일 오전 최고위에서 “더 가열찬 혁신과 쇄신에 나서달라는 혁신위 주문에 대한 지도부의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발언했던 김병민 최고위원은 4일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혁신위가 오늘(4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외부에서 보기에) 최악”이라며 “작은 문제 때문에 혁신위가 폄훼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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