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워킹맘 '월급 400만원' 의미…덜 받거나 더 받으면 둘째 꺼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저출산 이미지. 김지윤 기자

저출산 이미지. 김지윤 기자

월 400만원을 기준으로 워킹맘 임금이 낮을수록 둘째 자녀를 낳을 확률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0~2022년 출산휴가를 쓴 여성 근로자 약 70만명을 분석한 결과다. 다자녀 출산을 늘리려면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여성임금과 추가 출산과의 상관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구간별로 구분했을 때 가운데(월 임금 400만원)로 갈수록 둘째 이상 출산율이 높은 ‘역 U자’ 형태를 보였다. 월 400만원 미만을 받는 여성은 임금이 높아질수록 둘째 이상 아이를 낳는 ‘추가 출산’ 비율이 증가했다. 50만원 미만에서 17.2%였던 추가 출산율이 ▶100만~150만 23.2% ▶200만~250만 30.2% ▶300만~350만 33.3% ▶350만~400만 33.7%로 증가했다.

보고서를 쓴 김두순 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임금 수준과 출산율이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저임금 영역에 대한 소득 보전은 추가 출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시사점이 도출됐다”고 분석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다만 월 임금이 400만원 이상인 집단에선 오히려 임금이 상승할수록 추가 출산율이 하락했다. 월 임금 400만~450만 미만에서 32.9%로 떨어진 추가 출산율은 ▶500만~550만 31.5% ▶600만 이상에서 24%까지 하락했다. 150만원 미만의 저임금 근로자보다는 높았지만 중임금 근로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 팀장은 “고임금 근로자의 경우 추가 출산을 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이 출산의 편익보다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여성의 임금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고임금 영역 대에서 출산율이 다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패턴을 간과하면 결과적으로 소득 보조 정책에 대해 그릇된 해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에 따라 다른 출산율 제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통계청 '2022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 가운데 첫째아 비중은 62.7%를 기록했다. 첫째아 비중이 60%를 넘은 건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첫째아 비중이 늘었다는 건 전체 출생아 중 둘째아 이상 출산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하나만 낳아 잘 키우겠다'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기존의 보편적인 저출산 대책을 세분화해 맞춤형 대책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저소득층은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출산의 기회비용을 따지는) 고소득층은 일·가정 양립 같은 제도적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