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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폭로' 김정호 "셀프징계 요청했지만…문제 발본색원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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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영 쇄신에 나선 카카오가 혼란에 빠졌다.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영입한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 내부 비리 의혹을 소셜미디어(SNS)에 폭로한 이후 내부 갈등이 심해지자, 김 총괄은 ‘셀프 징계 요청’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향후 움츠러들지 않고 문제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는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주재로 6차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본사·계열사의 주요 경영진 20여 명이 참석해 지난달 말 열린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업계 간 간담회 내용을 재확인하고, 경영 쇄신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도 참석했다. 전날 그는 카카오 직원 사내망에 ‘100대 0 원칙’을 깬 것에 대해 사과하고, 윤리위원회에 자신에 대한 징계 여부를 요청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100대 0 원칙이란 카카오 내부에서는 정보를 100% 공유하되, 외부에는 보안을 유지한다는 카카오 문화를 의미한다. 그는 이 글에서 “저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결과에 따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움츠러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계속 추진해서 발본색원하고 회사를 리뉴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총괄은 지난달 28~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가의 골프장 회원권을 특정 부서가 집중 사용하는 문제, 수백억 규모의 건설 사업 발주 과정의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총괄이 카카오 임원들에게 욕설을 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그러나 29일 오후 카카오 일부 임원들이 사내망에 김 총괄의 문제제기를 반박하는 내용의 글과 결재 서류 등을 공개하며, 논란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현재 카카오는 제기된 의혹들을 공식 조사 중이다.

이날 김 총괄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전에도 특정 부서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반발에 막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부 제보와 블라인드 게시판 등에 올라온 것을 보니,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다섯 번째였다”며 “내가 인격살인에 가까운 공격을 당해 그에 대응하다가 일이 커졌다”고 말했다.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들이 김 총괄 자신의 욕설 사실을 언론에 유출해 공격을 받아 SNS에 대응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비상경영회의 마친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연합뉴스

비상경영회의 마친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연합뉴스

목소리 키우는 노조

4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크루유니언이 피켓 시위를 벌였다. 김남영 기자

4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크루유니언이 피켓 시위를 벌였다. 김남영 기자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이날 비상경영회의가 열린 사옥 내에서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경영실패 책임지고 인적쇄신 시행하라’ ‘셀프쇄신 그만하고 크루(직원)참여 보장하라’는 주장이 담겼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피켓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노조 활동을 한 지난 5년간 한 번도 김범수 (경영쇄신) 위원장을 한 번도 못 만났는데, 더이상은 안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달 13일 비상경영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올해 말에는 가시적인 방안을 내겠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수수료 개편 등 구체적인 현안들은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출범한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가 조만간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들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고 각사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이 SM엔터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SM엔터의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합병 의혹 등을 수사 중이어서 사법 리스크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계열사들이 많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