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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20년지기 “5000만원 수표, 은행서 바꿔 주머니에 넣어 전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와 관련,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측에 5000만원을 건넨 사업가 김모씨의 자금 전달 경위에 대한 구체적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송 전 대표의 ‘20년지기’로 알려진 김씨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김미경·허경무) 심리로 진행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정당법 위반 등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 전 상임감사의 요청에 따라 지인에게 1000만원짜리 수표 5장을 빌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지인의 회사, A은행 서울 이수역지점 등에서 5만원권으로 교환해 직접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인 박모씨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강래구 자금 요청에 “친구에 5000만원 빌려 제공”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부산 동구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송영길의 선저포고'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부산 동구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송영길의 선저포고'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이날 검찰 측의 주신문 과정에서 김씨는 전당대회를 한달 여 앞둔 2021년 3월 중순, 서울 서래마을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강 전 상임감사으로부터 ‘송영길 캠프 조직본부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강 전 상임감사가 “캠프가 어렵고 밥값이 없으니 형(김씨)이 좀 지원해달라”고 두세번에 걸쳐 얘기했다는 것이다. “선거조직 본부를 구성하는 데 직책을 맡아달라”는 등 구체적인 자리도 제안했다고 한다.

 김씨는 구체적인 직책은 거절하면서도 “친구(송 전 대표)를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던 차에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 급히 4월17일 전화해 5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고, 계좌로 받으면 안 될 것 같아 4월19일 수표로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직원 두 사람에게 지시해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고, 저 역시도 같이 은행 세 군데를 거쳐 현금 5만원권 두 다발(1000만원)을 봉투에 하나씩 넣어 봉투 5개를 양쪽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며 “개인 법인 차량을 타고 여의도 송영길 캠프에 방문해 박 전 보좌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자금을 요청한 강 전 상임감사 등이 아니라 박 보좌관에게 직접 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선 “보좌관에게 전달해야 돈이 다른 데 쓰이지 않고 정확하게 송영길 전 대표한테 보고하고 정식적으로 잘 쓰일 기대감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용도를 한정해 제공했다는 취지다.

송영길, 해단식서 “여러가지로 고맙다”

 김씨는 송 전 대표가 자신에게 감사하다는 의사 표시를 한 과정도 진술했다. 전당대회가 끝난 2021년 6월5~6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경선캠프 해단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제 손을 끌고 송 대표 테이블에 앉게 했다”며 “송 전 대표가 ‘여러 가지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감사의 의미에 대해 검사가 “박 전 보좌관에게 5000만원을 건넨 것을 두고 한 말이라 생각했느냐”고 묻자 김씨는 “저 역시 ‘자금 어려울 때 도와줘서 고맙단 얘기를 하는구나’ 그렇게 인식했다. 제가 캠프에 도움을 준 게 그것밖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송 전 대표 측은 “5000만원 전달 사실은 송 전 대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며 “(김씨에게 건넨 인사는) 의례적인 인사에 불과하다. 김씨와 송 전 대표는 20년지기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오는 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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