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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루샤' 없이 연매출 1조 찍었다…'MZ 성지' 된 더현대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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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왼쪽 다섯째)이 지난달 27일 경기 부천시에 있는 현대백화점 중동점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왼쪽 다섯째)이 지난달 27일 경기 부천시에 있는 현대백화점 중동점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백화점 업계가 ‘미래 고객’인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동시에 조직문화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소비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20·30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MZ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다.

정지영 사장, MZ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취임한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은 첫 공식 행사로 선임·책임을 비롯한 임직원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삼성동 본사를 시작으로, 이달 안에 전국 20여 개의 점포를 다니며 임직원 2000여 명을 만날 예정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최고경영자(CEO)가 개성이 분명한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궁금증을 직접 해소해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백화점의 무덤’으로 불리는 여의도에서 더현대 서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미래를 대비한 투자와 연구 덕분”이라며 “오프라인 유통의 방향성을 제시한 ‘더현대 서울 DNA’를 기반으로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니어 직원들과 소통도 이어졌다. 주말을 어떻게 지내느냐, 현대백화점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 사장은 “‘김현아’(김포 현대프리미엄아울렛)를 좋아한다” “로열티가 높은 점”이라고 답했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이 오픈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꾸며진 더현대 서울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이 오픈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꾸며진 더현대 서울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2년9개월 만에 연매출 1조

더현대 서울은 전날 기준 연 매출 1조41억원을 달성했다. 2021년 2월 개점 후 2년 9개월 만으로,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이다. 오픈 초기엔 식품 매출이 두드러졌으나 ‘마뗑킴’ ‘시에’ 같은 영패션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 첫해 19.1%였던 식품 비중은 지난해 16.5→올해 13.2%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영패션은 6.2→10.3→13.9%로 증가했다.

첫해 8만7854원이었던 객단가(인당 구매금액)는 지난해 9만3400원, 올해 10만1904원으로 늘었다. 개점 당시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매장이 없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영패션과 MZ 마케팅에 집중해 이를 극복한 셈이다. 더현대 서울의 20·30대 매출 비중은 60%로, 나머지 15개 점포 평균 26.1%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올 1~11월 외국인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91.7% 급증하며 ‘글로벌 MZ 성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내 '마르디 메크르디'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는 고객들. 사진 롯데백화점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내 '마르디 메크르디'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는 고객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미혼자 경조’ 제도 호응

롯데백화점 역시 트렌디한 복지 제도를 지속해서 도입하고 있다. 올 4월엔 와인·향수·제빵 등 젊은 직원들이 가진 전문 지식을 동료들에게 공유해주는 ‘사부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올해 10여 명의 사부를 선정해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 클래스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임직원의 백화점 내 최대 할인율을 기존 10→20%로 확대한 데 이어, 올 3월엔 업계 최초로 아울렛에서도 10% 할인이 가능하도록 개편했다. ‘미혼자 경조’ 제도도 호응을 얻고 있다. 만 40세 이상 미혼 직원은 경조금과 유급 휴가 5일 등 결혼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MZ 고객을 대상으로는 잠실 롯데월드몰을 중심으로 ‘아더에러’ ‘마르디 메크르디’ ‘노티드 월드’ ‘런던베이글뮤지엄’ 등 핫한 브랜드를 끌어모으는 중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올 초부터 새롭게 입점시킨 브랜드는 100개가 넘고, 팝업 스토어까지 포함하면 300여 개의 새 브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세계는 최대 영패션 전문관 선보여 

신세계백화점 역시 영패션 매장 유치 등 MZ를 타깃으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올 2월 부산 센텀시티점에 8879㎡(약 27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영패션 전문관 ‘하이퍼 그라운드’를 선보였다. 전체 47개 브랜드 중 70%를 국내 브랜드로 채워 화제가 됐다. 올 8월 ‘힙합플레이야’ 축제를 열고 공연과 앨범 전시, 협업 상품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 ‘헬로키티’의 생일을 맞아 업계 단독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 ‘헬로키티’의 생일을 맞아 업계 단독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다양한 캐릭터와 협업 상품을 만들거나 팝업 스토어를 열어 MZ고객 모시기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헬로키티’의 생일을 맞아 팝업 스토어를 업계 단독으로 열었다. 박주형 신세계 대표는 지난달 창립 60주년을 맞아 “국내 시장에서 공고히 해온 ‘공간 혁신 기업’에서 고객의 삶에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는 ‘콘텐트 창조 기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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