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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애플에 대놓고 욕설한 머스크…이·하 틈새서 돈 날릴판

중앙일보

입력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슈의 한 가운데에 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슈의 한 가운데에 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빚어진 논란 한가운데에 섰다. 반유대주의 발언을 옹호했다가 비판이 제기되자 이스라엘을 찾아 진화에 나선 데 이어, 하마스의 초청까지 받았다. 테슬라와 X(옛 트위터) 등 그가 경영·소유하는 회사들도 '전쟁 리스크'를 떠안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머스크의 변덕스러운 행동이 그의 회사들의 오랜 핵심 광고주들을 근심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15일 머스크가 X에 쓴 글에서 시작됐다. 그는 "유대인이 백인에 대한 증오를 의도적으로 부추긴다"는 취지의 게시글에 "당신은 정말 진실을 말했다"고 답을 달았다. 이에 유대계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이틀 뒤 백악관마저 "혐오스러운 반유대주의와 인종 혐오 조장"이라고 그를 비난했다.

일론 머스크는 "유대인이 백인에 대한 혐오를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글에 "정말로 사실"이라는 취지의 답을 달았다. 사진 X 캡처

일론 머스크는 "유대인이 백인에 대한 혐오를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글에 "정말로 사실"이라는 취지의 답을 달았다. 사진 X 캡처

머스크는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그는 전쟁 관련 콘텐트의 광고·구독 수익금 전액을 이스라엘 병원과 가자지구의 적십자·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내가 반유대주의자라는 언론의 주장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IBM·디즈니·애플·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은 잇따라 광고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25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X의 내부 문서에는 이번 사태로 최대 7500만 달러(약 98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에어비앤비·아마존·코카콜라·넷플릭스 등도 광고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NYT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행사가 집중되는 시기를 앞두고 X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7일 일론 머스크(왼쪽)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총리와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마을을 돌아봤다. UPI=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일론 머스크(왼쪽)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총리와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마을을 돌아봤다. UPI=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머스크는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하면서 상황 반전을 꾀했다. 이번 전쟁 국면에서 미국 대기업 총수 중 이스라엘을 방문한  건 그가 처음이다. 머스크는 베냐민 네타냐후(74) 총리와 함께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크파르 아자 키부츠를 둘러보고 "민간인 살상을 계속하는 자들에겐 죽이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튿날 하마스가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초청하면서 다소 난처해졌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가자 지구에 자행된 학살과 파괴를 편견이나 이중잣대를 버리고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머스크를 초대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X에 "당장은 조금 위험해 보인다"고 거절하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가자 지구의 번영이 모든 이들에게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머스크에게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학살과 파괴를 보게 하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초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머스크에게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학살과 파괴를 보게 하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초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저런 조치에도 반유대주의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머스크는 공개 석상에서 광고 중단 기업을 향해 욕설하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9일 NYT가 주최한 '딜북 서밋 2023' 회담에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행동을 뜻하는 욕설을 내뱉고는 "분명히 알겠냐"고 강조했다.

특히 머스크는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를 향해 "밥, 만약 청중석에 있다면 지금 느끼는 기분이 바로 과거 나의 기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이거는 같은 행사에 참가해 "일론 머스크와의 관계가 우리에게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발언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욕설 사태로 더 많은 기업이 광고를 중단할 수 있다"며 "광고주들이 머스크의 발언에 깊은 불쾌감을 느낄수록 X의 가치는 빠르게 낮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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