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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만에, 반도체 역성장 벗어나 수출 호실적 이끌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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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호 02면

11월 수출입 동향 청신호

11월 수출이 1년 전보다 8% 가까이 늘면서 두 달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16개월 만에 역성장을 벗어난 1위 품목 반도체가 수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수출이 늘고 수입은 줄면서 무역흑자도 올해 최대 규모를 찍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5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수입액은 520억 달러로 같은 기간 11.6% 감소했다. 11월 한 달간 무역수지는 3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흑자 폭이자 2021년 9월(42억8000만 달러) 이후 26개월 만의 최고 실적이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143억1000만 달러(약 18조7000억원)로 줄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수출 증가세는 지난해 말부터 수출이 꺾인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지만, 4분기 들어서며 전반적인 수출 실적 회복세가 뚜렷해졌다. 실제 지난달 수출액은 10월(550억8000만 달러)을 넘어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7월(8.6%) 이후 최대 폭을 나타냈다. 15개 주력 품목 중 12개의 수출이 늘면서 호조를 보였다.

특히 긴 부진의 터널에 있던 주력 상품 반도체의 부활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2.9% 증가한 95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6개월 만의 플러스 전환이다. 메모리 감산 효과, IT(정보기술)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연초 수출이 거의 반 토막 났던 것에서 반등을 이뤄냈다. 여기엔 비메모리(-6.8%)보다 메모리(36.4%) 품목의 기여도가 컸다. 여기에 단가까지 반등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8기가 DDR4) 고정거래가격은 9월 1.3달러에서 10월 1.5달러, 11월 1.55달러로 회복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수출은 물량이 꾸준히 늘어난 데 비해 단가가 회복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면서 “하지만 최근 단가가 상승세로 전환한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인공지능(AI) 서버 등의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당분간 반도체 수출 실적이 꾸준히 플러스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5.9%)·바이오헬스(18.8%)·2차전지(23.4%) 등도 오랜 부진을 끊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반적인 수출 부진 속에도 버팀목 역할을 해온 자동차(21.5%)·선박(38.5%) 등은 여전히 호조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최대 시장’ 중국이 반도체·무선통신기기 호실적에 힘입어 회복 양상을 나타냈다. 대(對)중 수출 감소율은 -0.2%로 18개월 연속 역성장이 이어졌지만, 9월(-17.6%)이나 10월(-9.6%)보다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9대 주요 수출 시장 중에선 미국·아세안·유럽연합(EU) 등 6곳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대미 수출액은 109억5000만 달러로 지난 10월(100억8000만 달러)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바닥을 찍은 반도체 경기 등에 따라 향후 수출 전선이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에 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6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반도체 수출 플러스 전환 등 ‘트리플 플러스’를 달성하면서 수출 우상향 모멘텀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밝혔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안정적으로 수출이 늘어날지는 몇 달 동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크게 줄면서 무역흑자를 이끈 수입 실적은 지난달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여기엔 에너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향 등으로 원유(-2.7%)·가스(-45%)·석탄(-40%) 수입이 모두 줄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같은 지정학적 변수가 예상보다 커지지 않으면서 무역흑자가 늘어나는 데 도움을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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