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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출 11조, 유해물 취급받던 게임 이젠 미래 먹거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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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호 09면

[위상 높아진 e스포츠] 게임의 경제학

게임 분야 구직자들이 지난달 26일 e스포츠단 T1의 서울 강남 e스포츠아카데미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게임 분야 구직자들이 지난달 26일 e스포츠단 T1의 서울 강남 e스포츠아카데미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중독’ ‘폭력성의 원천’으로 지목되던 게임은 어느새 K-컬쳐를 이끄는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2021년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돌파, 지난해에는 21조18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약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K-컬쳐 열풍으로 음악, 영화, 방송 등의 콘텐트 수출액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게임산업의 수출액이다.

지난해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89억7338만 달러(약 11조원)로 전체 콘텐트 수출액(133억798만 달러) 중 67.4%에 달했다. 음악(7.2%), 방송(6.5%)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게임산업은 2013년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효자 산업”이라며 “과거에는 중국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북미, 유럽 등으로도 활발하게 진출하는 등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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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전후 개인용 컴퓨터(PC) 보급이 활성화되면서부터다. 친구·동료 등 여럿이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발달하면서 급속히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해외 게임 배급사에서 출시된 게임이 주를 이룬 가운데 넥슨의 ‘바람의 나라’ ‘메이플 스토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게임산업은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게임사 연 매출 10년 새 최고 10배 늘어

흔히 ‘3N’으로 불리는 대표 온라인 게임 3사(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연간 매출은 2012년 각각 1조5275억원, 7535억원, 2272억원 수준이었으나 10년이 지난 지난해 매출은 각각 2조5718억원, 3조3946억원, 2조6734억원으로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1일 기준 게임사 상위 5개사(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위메이드)의 시가총액은 약 40조원에 달한다. 게임산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개발자, 그래픽 디자이너, 사운드 엔지니어, 마케팅 전문가, 게임 스트리머, 리뷰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은 한때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취급받는 등 오해도 받았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산업이 콘텐트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파생 산업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PC방이다. 1994년 인터넷카페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PC방은 2001년 약 2만3548개까지 늘어났다. PC방은 그러나 2010년대 이후 모바일 게임의 성장과 코로나19 당시 영업제한 업종 지정이 맞물리면서 다소 주춤하기도 했다. 임수택 한국인터넷PC협회장은 “한국 게임산업의 주춧돌 역할을 해온 PC방이 코로나19 위기로 심각하게 무너졌다”면서 “팬데믹 이후에도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PC방을 찾는 손님이 크게 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약 2만개 수준이었던 PC방은 2010년대 이후 1만개 수준으로 매년 줄어들어 2021년에는 9265개로 감소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연간 PC방 개업 건수는 2019년 3438건에서 2020년 2757건, 2022년에는 2311건으로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해 1~10월 개업 사업자는 2417건으로 지난해 개업 건수를 뛰어넘었다. 영업을 포기하고 사업자를 반납하는 단순 폐업 건수도 지난해 동기 대비 10%가량 줄었다. 떠났던 이용자들의 발걸음도 다시금 PC방으로 향하고 있다. PC방 게임 전문 리서치 서비스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전국 PC방당 일평균 사용률은 2019년 23.76%에서 2020년 18.35%, 2021년 16.13%, 2022년 15.78%로 매년 낮아졌지만 올해 1~10월 기준 일평균 사용률은 19.41%로 반등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PC방을 방문하는 게임 이용자의 월평균 PC방 이용횟수는 약 7.2회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6.4회)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이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프로게이머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e스포츠 교육산업도 커지고 있다. e스포츠단 젠지(Gen.G)에서 운영하는 젠지글로벌아카데미는 올해 9월 기준 1만명 이상의 누적 수강생을 배출해냈다. 이 학원은 실제 선수들이 훈련하는 환경과 동일한 시설을 조성해 취미반, 취업반, 프로양성반으로 나눠 교육하고 있다. 젠지글로벌아카데미 관계자는 “최근 학원 수강 문의가 지난해 대비 50%가량 늘었다”며 “단순히 취미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물론 프로 선수나 관련 업계 취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학원을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지난 월즈(Worlds) 우승팀인 티원(T1)이 운영하는 티원이스포츠아카데미의 4분기 수강 문의도 상반기보다 약 20~30% 늘어났다. 티원이스포츠아카데미 측은 “점심, 저녁을 제공해 실제 선수들과 동일한 훈련 일정을 제공하는 종일반과 취미, 온라인 수업반 모두 골고루 수강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주춤하던 컴퓨터 기기 판매도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706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감소해 8분기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가트너는 “윈도우 11 업그레이드로 PC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PC 시장이 올해 말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년 PC 시장은 올해 대비 5%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특히 고사양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이밍 모니터 등 고가 제품을 출시하는 데 공을 들인다.

게임 시장 하반기 반등, 내년 본격 성장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게이밍용 모니터 출하량이 약 2080만대로 지난해(1980만대)보다 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즈 우승팀 T1에 3년째 게이밍 모니터를 제공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해 6월 출시한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오디세이 OLED G9)은 예약판매 3000대를 돌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유럽리그 공식 모니터인 LG전자의 제품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C시장이 가라앉고 있는 것과는 달리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당분간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게임산업은 당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성장 폭을 키워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에 상장된 주요 5대 게임사의 주가도 동시에 상승하면서 본격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이 나타났으며, 비게임 사업 철수와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 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동환·유승민 연구원은 “특히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에서 차세대 디바이스인 PS5(플레이스테이션5) 보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며 내년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내년 다수의 콘솔 게임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육·의료산업도 게임화 바람…미, ADHD 디지털 치료제 승인

단순 오락에서 출발한 게임은 이제 교육과 의료산업으로까지 확장됐다. 교육이나 스포츠 등 게임 외 영역에 게임적 요소를 더해 사용자의 참여와 흥미를 끌어내는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이 그 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게이미피케이션 시장 규모는 약 134억 달러(약 17조원)로, 2030년까지 약 968억 달러(약 12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주요 사례 중 하나는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인 듀오링고다. 학습자가 단계별로 주어진 미션에 도전하는 게임 방식을 접목해 학습 의욕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매일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 보상을 받고, 포인트로 자신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게 하는 등의 흥미 요소를 더해 학습 습관을 들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6주간 매주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리워드를 지급하는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또한 대표적인 게이미피케이션 상품이다. 납입 시마다 카카오 캐릭터로 미션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만기 시 추가 금리와 카카오 관련 상품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어 참여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비대면 의료행위가 활발해진 코로나19 이후에는 게임이 디지털 치료제로 인정받으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되는 게임은 주로 아동·청소년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노인 알츠하이머 등 만성질환 분야에서 활용된다.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계 최초의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한 모바일 게임 ‘인데버RX’가 대표적이다.

일반 레이싱 게임과 유사한 인데버RX는 게임이 유발하는 고도의 집중 상태를 ADHD 치료에 접목해 ADHD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가 전 세계 기준 2021년 34억 달러(약 4조원)에서 2026년에는 131억 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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