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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칠장사 화재, 자승 스님 입적…메모엔 "CCTV 다 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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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사찰 칠장사에서 29일 오후 6시 50분쯤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스님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계종은 이날 오후 11시 24분 “안성 칠장사 화재와 관련해 대한불교조계종 제33대, 제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해봉당 자승 스님께서 입적하셨음을 확인했다”며 “종단 차원의 공식 부고는 조계종 총무원과 재적 교구본사인 용주사와 상의해 내일(30일) 오전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아직은 숨진 스님의 정확한 신원을 발표하기 어렵다.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지만, 현장 인근에서는 자승 스님이 쓴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 두 장도 발견됐다.

29일 오후 6시 50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사찰 칠장사에서 불이 나 스님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계종은 화재 현장에서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입적했다고 밝혔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9일 오후 6시 50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사찰 칠장사에서 불이 나 스님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계종은 화재 현장에서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입적했다고 밝혔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0분쯤 칠장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첫 신고자는 여성이었다고 한다. 이후 소방 선착대는 오후 7시 8분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7시 47분쯤 절 내부 요사채(스님들의 숙소)에서 사망자 1명이 발견됐다. 불교계에선 “칠장사에 머물고 있던 자승스님이 사망한 걸로 추정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장 인근에선 경찰에게 남긴 메모도 발견됐다. ‘CCTV에 다 녹화돼있다.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메모에는 ‘자승’이라는 이름도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유서가 작성된 과정,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종합해 사망자가 자승 스님이 맞는지 정확히 확인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스님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각종 억측이 난무하는데 대해서도 경찰은 면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많이 훼손돼 있어 육안으로는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종합적인 수사를 통해 화재 원인, 타살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확인해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망 경위와 관련해서는 조계종에서도 “일부 보도내용 중 4명이 함께 있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확인결과 사실과 다르며, 자승 스님께서 혼자 입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29일 오후 6시50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사찰 칠장사에서 난 불을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9일 오후 6시50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사찰 칠장사에서 난 불을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는 오후 9시 48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진화를 위해 소방관 46명과 장비 18대 등을 투입했고, 오후 7시 52분쯤 초진 및 잔불 정리에 돌입했다. 화재로 사찰 내 숙소 등이 탔지만, 문화재 소실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칠장사는 천년 고찰로 1983년 9월 경기도문화재 24호로 지정됐다. 궁예, 어사 박문수 등과 관련된 설화로도 잘 알려져있다.

자승스님은 2009년 10월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317표 중 290표를 얻어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후 2013년 재선돼 2017년까지 총무원장을 지냈다. 퇴임 후인 2021년 동국대 건학위원회 고문이자 총재로 학내 실권을 잡았다.

지난 27일 불교계 언론과의 간담회에서는 “전법기금으로 결집된 후원 금액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대학생 포교에 전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계의 종교 편향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많이 키워야 한다. 지금서부터 대학생 젊은 친구들을 불자로 키워서 이들이 졸업해 각계각층에 가야 한다”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

보호 장구를 착용한 소방대원들이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경기일보

보호 장구를 착용한 소방대원들이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경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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