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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탈락'에 文정부 탓한 與…이재명은 "안타깝다" 침묵,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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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하는 엑스포 응원 현수막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에 실패한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 직원들이 청사 외벽에 설치되어 있던 대형 엑스포 응원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철거하는 엑스포 응원 현수막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에 실패한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 직원들이 청사 외벽에 설치되어 있던 대형 엑스포 응원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하자 29일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권은 부산이 ‘후발 주자’였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야권은 부산(29표)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큰 표차로 패한 데 방점을 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온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선정되지 못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며 처음부터 불리한 여건으로 시작했다”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5월 국무회의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계획’이 통과됐지만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1년 늦은 2021년 6월에야 엑스포 유치 신청서를 국제박람회기구(BIE) 제출한 걸 지적한 것이다. 여당 지도부도 이날 “후발 주자로서 민관이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결과”(장예찬 청년최고위원)라거나 “사우디보다 17개월 정도 많이 늦게 출발을 했다”(장동혁 원내대변인)며 윤석열 정부의 ‘시간적 한계’를 강조했다.

이러한 반응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입장과도 비슷하다. 박 시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개표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정부에서)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초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결과가 나빴다’는 일종의 ‘전 정부 탓’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부산엑스포 유치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부산엑스포 유치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국민의힘 비주류는 현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이준석 전 대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성과는 냉정하게 분석해야 다음에 비슷한 실패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에 집중한 현재 외교 경향이 안보적으로는 잘못된 방향이 아닐지라도, 국제 행사 유치에서는 ‘1국가 1표’의 상황 속에서 불리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 유치전과 그에 따른 제3세계 국가들의 (부산) 외면이 있었던 것 같지만, 너무 그런 부분을 대외적으로 강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도 “우리의 외교적 역량, 정보 역량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에선 윤석열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정성호 의원은 “(부산 유치 실패는) 무능·무책임·무대책 윤석열 정권의 실력이고 수준”이라며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혈세 낭비하는 해외 관광 그만하라”고 직격했다. “상황 예측을 전혀 못했다면 무능의 극치이고, 상황을 알면서도 결선 진출이니 (하면서) 기대를 부풀렸다면 국민 기망”(우원식 의원)이라거나 “벌거벗은 임금님 귀에 달콤한 정보만 올라가고 있다(김두관 의원)”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 대표와 거리가 먼 이원욱 의원도 “외교 역량에 대한 점검과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회 외통위 차원에서 (점검과 평가를) 시작해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언론에 따르면 2022~2023년 엑스포 유치 예산은 5744억원인데, 산수를 해보면 1표를 얻는데 193억원을 쓴 것”이라며 “이 돈은 어디에 쓰였나. 무효율의 극치”라고 썼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현 정부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했다. 내년 4·10 총선 부산·경남(PK) 민심을 의식해 ‘전략적 침묵’을 택한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가 불발돼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럴 때 일수록 ‘중꺽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북항 재개발 등 부산의 숙원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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