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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컷오프에, 당보다 지지율 낮으면 탈락…與 칼날 매서워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년 4·10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에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인요한)·총선기획단(단장 이만희)·당무감사위(위원장 신의진)는 앞다퉈 엄격한 컷오프(공천 배제) 방침을 밝혔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총선기획단 4차회의에서 이만희 총선기획단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회의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총선기획단 4차회의에서 이만희 총선기획단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회의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공천 컨트롤 타워인 공천관리위도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조기 출범이 예고됐다. 총선기획단은 29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공관위를 늦어도 12월말까지 출범하려 한다”며 “공관위가 당무감사위와 총선기획단이 만든 틀을 조합해 합리적 결론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공관위 출범을 앞두고 여권 시선은 물갈이에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혁신위는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를 권고했고, 총선기획단은 지난 23일 “혁신위 원칙을 넘어서는 제도를 마련했다”며 기준을 ‘20%+α’로 높였다. 당무감사위도 지난 27일 전국 204곳 당협 감사 결과 하위 22.5%(46곳)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공관위에 컷오프를 권고했다.

컷오프 기준이 상향되는 가운데, 당무감사위는 하위 46곳과 별개로 ‘정당 지지도보다 개인 지지도가 현격히 낮은 경우’도 공천 배제 참고 사항으로 공관위에 보내기로 했다. 당무감사위 관계자는 “해당 인물은 10여명”이라며 “총선에선 후보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 지지도가 고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무위 감사 결과에 따라 60명 안팎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당내는 술렁였다. 특히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89명 중 56명(62%)인 영남권 의원이 동요했다. “저희 당 의원 비율 자체가 영남 의원이 많다”(장동혁 원내대변인)는 현실적 여건이 있는 데다, 당무감사위가 ‘당 지지율과의 차이’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영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당 지지율이 높은 반면, 초선 비율(50%)이 높아 개인 인지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홍석준 의원(대구 달서갑·초선)은 29일 KBS 라디오에 나와 “상대적으로 영남 의원들이 조금 더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물갈이 자체가 총선 승리의 전부가 아니다”고 공개 반발했다. 그는 “21대 총선 때 저희가 43%를 교체했고, 민주당은 (교체비율이) 20%대였는데 (우리가) 참패했다”며 “절차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재산 형성 경위도 소명 못 하는 사람, 비리에 연루되어 4년 내내 구설수에 찌든 사람, 이리저리 줄 찾아다니며 4년 보낸 사람 등이 ‘보수의 성지’(대구·경북)에 25명이나 된다”며 “다음 총선에는 대폭 물갈이해서 의원다운 의원을 뽑자”고 썼다.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도 대거 물갈이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당무감사위 핵심 관계자는 “컷오프 대상엔 수도권·영남·충청 등 인사가 두루두루 올랐고, 영남이 많아 보이는 건 애초에 영남 의원이 비율상 많아서 그런 것일 뿐”이라면서 “굳이 따지자면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대구시장이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어 해당 관계자는 “우리 당 당협위원장에 대한 여론이 가장 매서웠던 곳이 수도권이었다”며 “어려운 지역이라 그런지, 활동 자체가 미진한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현재 수도권 의석 119석 중 국민의힘이 차지한 의석은 17석이기에 다른 지역은 원외 당협위원장이다.

여권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필수로 보는 만큼, 당무감사위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 관계자는 “현역에 비해 원외는 조직도 적고 반발할 힘도 적다”며 “경쟁력 있는 인재가 원외 당협에 대대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준석 신당'이 물갈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갈이 폭이 클 수 있는 영남권 의원과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이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이준석 신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컷오프된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든 할 것”이라며 “무소속으로 나갈 바에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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