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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울프 "세계화 잠시 동면 들어갈 뿐…한국엔 기회 있다" [중앙포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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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경제논설위원은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도 한국에 기회는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동안 해온 것처럼 지속해서 경쟁력 있는, 첨단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중앙포럼’에서다. 마틴 울프는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로 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는 FT의 간판 경제 칼럼니스트다.

이날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울프 논설위원은 주제를 ‘새로운 무질서 시대 속 한국(Korea in the new world disorder)’으로 정했을 정도로 한국을 둘러싼 세계정세가 급변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제 사회가 ‘성을 잘 내는(fractious)’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며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개입, 보호주의 경향이 거세졌다”고 말했다. 이어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 극심해지며 경제적 효율성이 뒤로 밀렸고, 주요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국제 공조 기능도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경제논설위원이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중앙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경제논설위원이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중앙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미·중 패권경쟁에선 미국의 우위를 점쳤다. 그는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중반까지 미국과 그 동맹국의 경제 규모가 중국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거로 ▶중국이 세계 최대 제조국이지만 최대 ‘첨단기술’ 제조국은 아니며 ▶개방된 금융시장과 신뢰할 수 있는 법체계가 없고 ▶글로벌 외환 시장이 미국과 동맹국의 통화를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은 미·중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개방된 경제 체제를 갖고 있다”며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더뎌졌지만, 현재 수준의 수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개방 경제 체제에서 중국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하는 건 한국의 국익에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다만 탈(脫)세계화 기조가 한국에 악재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모든 전망이 불투명해질 것(everything would be up in the air)”이라고도 우려했다. 하지만 “세계화, 자유 시장, 민주화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더라도 세계는 큰 충돌 없이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세계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동면(sleep)에 들어갔을 뿐이며, 한국과 같은 개방 경제에 기회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수출 의존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한국의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에 대해 “중국의 대안으로서 아시아를 일컫는 ‘알타시아(Alternative+Asia)’나 남반구 개발도상국을 일컫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비롯해 무역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이 계속해서 경쟁력 있는 첨단 제품을 생산하며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울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세계은행에 들어가 1981년까지 일했다. 런던 무역정책연구소(TPRC)에서 근무하다 87년 FT로 자리를 옮겼다. 96년부터 수석 경제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데이터와 이론, 경제사를 아우르는 칼럼으로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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